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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중권이 말하는 모더니즘 예술의 네가지 뿌리는…
“모두들 외쳐라. 우리가 완성해야 할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대사업이 있다고!”

얼핏 아나키스트의 정치선동처럼 들리지만 이는 트리스탄 차라의 ‘1918 다다 선언’ 중 일부다. 20세기의 아방가르드 예술은 선언과 강령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이러한 ‘예술가 진술’을 분석해야 그 본령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저자 진중권의 입장이다.

입체주의, 표현주의 등 각종 양식들이 섞이고 밀쳐내며 피었다 지기를 반복한 모더니즘. 저자는 한스 제들마이어의 분석을 빌려 이를 관통하는 네 가지 근원 충동으로 ‘순수성의 추구, 기술적 구축의 의지, 근원을 향한 열정, 광기에 대한 호기심’을 제시한다.

순수의 추구란 회화에서의 색채와 형태, 원근법의 해체를 의미한다. “나는 노예와 같은 방식으로 자연을 그대로 복사할 수 없다”는 마티스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플라톤 이후로 예술의 공리가 된 ‘재현의 의무’로부터 탈피를 뜻한다. 칸딘스키의 추상, 뒤샹의 변기는 그 경지를 넘어서 극단으로 밀고 간다.

또 기하학, 광기와 근원에 과도하게 집착한 예술은 우상숭배와 급진성 탓에 예술로서의 자기존재를 배신하는 모순의 길을 밟게 된다. 저자는 미래주의, 다다이즘 등의 의미를 분석하며 내재된 모순의 씨앗도 냉정히 파헤친다.

진보 성향의 저자가 문화적 보수주의의 프리즘을 도구로 삼은 점은 일견 흥미롭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아방가르드 배경과 의미, 성과와 한계에 대한 분석은 더 날카롭다.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모더니즘편’(휴머니스트)은 단단한 문장과 논리로 매끈하게 빛난다. 논객 진중권이 아닌 미학자 진중권이 사실 그의 본령이란 사실을 새삼 확인시킨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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