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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석PD “나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200회를 돌파한 KBS ‘1박2일’의 나영석 PD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다. 길가던 사람들이 마음씨 좋은 아저씨 대하듯 한다. “인기가 참 많다”고 하자 “카메라에 많이 나오고 ‘1박2일’이 선해서 그 안에 잡히면 착시효과가 있다. 나는 평범한 얼굴이고 자세히 보면 결코 선한 인상이 아니다”고 말한다.

이어 “나에게 ‘1박2일’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후광효과를 누리는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면서 “많은 사람에게 칭찬을 받고, 이런 행운을 거머쥘 수 있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기자가 “이제 많은 내공이 쌓인 것 같다”고 하자 “리얼 예능의 한가운데에 있어서 그렇지 여기서 3개월만 떠나있어도 감각이 떨어질 것이다”고 겸손을 보였다.

그는 예능PD로는 드물게 “안됩니다” 등 유행어도 지니고 있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함께 화면에 자주 나온다.나 PD는 프로그램에 적절히 개입해 판을 키운다. 시청자들로부터 ‘7멤버’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김C와 MC몽의 하차로 멤버가 부족했던 시절 나 PD는 스텝 전원 입수를 조건으로 내걸어 긴장과 재미를 만들어냈다.

나영석 PD는 197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중고교까지 청주에서 보냈다. “청주에서 보낸 시절은 너무 평범해서 하품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대학은 연세대 행정학과로 진학했다. 왜 행정학과였냐고 물었더니 점수에 맞췄다고 한다. “아버지가 시청 공무원이셨는데 나에게 특별히 할 것 없으면 공무원이 되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지극히 평범했던 나영석 PD는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재미를 붙이며 “작가나 TV나 영화 쪽에서 일하자”고 결심하고 2001년 KBS 27기 공채로 입사해 예능 PD로만 10년을 일해왔다. ‘산장 미팅, 장미의 전쟁’ ‘여걸파이브’가 그의 작품이다.


그는 “‘여걸파이브’ 조연출 시절 프로그램 만드는 재미를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데 그때 밤샘 작업을 통해 협업의 즐거움을 깨달았다”면서 “스텝끼리 마음이 통했을 때에 희열을 느꼈고, 내가 카메라 감독에게 뭔가를 요구했는데 괜찮은 걸 잡아주는, 그런 작업이 재미있었다. 혼자 하는 것 보다 같이 일하는 게 좋았다. 일할때는 그 일에만 몰입하며 강도가 매우 세지만 나중에 보면 감각과 내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일 하다 보면 힘든 건 없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스트레스를 주변에 뿌리는 스타일이다. 스트레스를 공유한다”고 답했다.

세살 난 딸과 직장에 다니는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쉬는 날에는 주로 집에서 보낸다.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이 좋고 만화나 DVD를 보는 게 행복”이라고 말한다. 강호동은 가끔 ‘1박2일’에서 가봤던 곳을 아내와 함께 다시 찾지만 나 PD는 정반대다. ‘1박2일’에서 간 곳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그는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여행 버라이어티 PD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다소 의아하게 들린다.

“나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그래서 어딜 가나 호기심이 생긴다. 전문가에겐 뻔하지만 나에게는 신기한 게 많다. 내가 여행전문가라면 ‘1박2일’이 다른 그림이 나왔을 것이다. 시청자에게는 나의 눈높이가 맞는 것같다. 평범한 가정에서 일년에 여행을 몇번이나 가겠는가. 가끔 강의를 하게 되면 어디를 여행가면 좋은지를 물어보시는데 나는 여행은 좋아하는대로 가는게 좋다고 말한다. 이런 게 좋은 여행입니다고 아무리 말해봤자 소용 없다. 여행을 별로 안다니는 가족끼리는 호텔로 가는 게 효율성이 높을 수도 있다. 일년에 여행을 한번도 안가는 사람에게 ‘1박2일’ 같은 야생체험을 추천하고싶지는 않다. 오히려 패키지 여행이 좋다. 본인이 행복해야 한다. 은퇴해서 시간이 있거나 여행을 제법 해본 사람에게는 ‘1박2일’ 같은 여행도 해볼만할 것 같다.”

-PD가 전면에 나선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라서 더 그렇다. 대부분이 현장에서 이뤄지므로 개입이 필요해진다. 기승전결 형식으로 미리짜여 있는게 아니다. 갑자기 비가 오고, 두갈래로 난 길에서 어느 길로 갈 것인지를 결정지어야 하다 보니 PD의 노출 빈도가 많아졌다. 그게 쌓이다 보니 PD가 방송안으로 스며든 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연예인이 아니다. 창피하다.”



-여배우, 남자조연배우특집이 큰 성과를 거뒀다. 시청자투어와 명사특집도 할 건가?

“오는 8월말 시청자특집이 나간다. 이번에는 개인별로 모여 모르는 사람끼리 새로운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룹으로 아는 사람들끼리만 하면 겨우 일곱 집단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스펙트럼을 더 다양화시키자는 거다. 명사특집도 꼭 하고 싶다. 여행이라는 게 사람의 마음을 열어놓게 하는 것이다. 어딘가에 도착해서 밥도 지어 먹고, 스튜디오와는 다른 분위기가 나온다, 초청된 명사가 자기 전에 이불을 깔아놓고 멤버들 면전에서 하루를 같이 보내고 무슨 이야기를할지 흥미롭다.”

-누구를 가장 먼저 초대하고 싶나?

“넓게 생각한다. 우리는 게스트를 안 모시는 프로그램이다. TV나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분이었으면 한다. 스포츠 스타, 기업CEO, 어느 분야나 정점에 있는 사람은 좋다. 박지성이 오면 좋다. 박지성을 이미 컨택했는데 낯을 가려 늘 간곡하게 고사한다.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김정태가 조연배우특집에서 너무 잘해 네티즌들이 고정 멤버로 만들라고 한다.

“기분 좋다. 새로운 발견이다. 하지만 고정 멤버가 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그 분은 연기자이고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우리를 통해 잘 풀리는 건 좋은 일이다.”



-남극과 같은 특별한 곳에 갈 계획은 있나?

“백두산 다음 코스로 남극을 기획하고 준비를 마쳤지만 칠레 대지진으로 포기했다. 대신 한국인이 살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와 일본 우토로 지방을 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남극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있고 그들에게 듣고싶은 얘기가 있다. 그래서 남극도 가고 싶고, 개성도 가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다. 여러가지 생각은 하고 있다. 현재 스터디하고 있는 곳은 연해주와 우토로 마을이다.”

-입수하는 장면이 좀 많다

“오랜 시간 하다보니 나온 자연스런 현상이다. 남자들끼리 모이면 객기도 부리는 것 아닌가. 멤버들의 자부심이나 상징이 된 면도 있다.”



-‘1박2일’에 가거도 효과라고 있다. ‘1박2일’이 지나가면 너무 몰려 난리라고 한다

“강호동이 아침밥 먹으러 제주행 배를 타기 위해 간 전남 장흥군 노력항과 지리산 둘레길, 속초 아바이순대집 등에 사람이 몰린다는 건 알고 있다. 사람들이 안 몰리는 것보다 낫다. 물론 훼손되는 것은 조심해야 된다.”

-‘1박2일’이 시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나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예능프로그램이 특정한 역할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 일차적으로 즐겁게 보고 아무 느낌이 안나면 좋다고 생각한다.예능의 기본은 재미다. 거기에 정서적인 교감도 조금 있었으면 한다. 강호동이 수박을 떨어뜨려 무릎을 꿇고 빌고,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심이 넉넉하다는 것 등 화면에서 분명 흘러나오는 게 있다. 이런 걸 보고 순화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시골에 와서 이런 음식을 먹으라고 얘기하기보다는 이런 시골의 느낌을 공유했으면 한다.”

-경쟁 프로그램 ‘나가수‘의 위력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이고, 방송에 있어 기획이라는 부분에서 교본처럼 실려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소구하는 부분이 뚜렷하다. 기획한 분의 능력이 출중한 것 같다. 기획은 발견해내는 것이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전에도 있었다. 이 힘을 끄집어내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무슨 프로그램을 맡고 싶나.

“요리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스포츠는 축구 농구 등 구기는 안좋아한다. 체조나 다이빙 육상 등 인간의 몸이 빚어내는 장르를 좋아한다. 개인적인 취향은 서커스다. 내가 못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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