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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정규직’에 꽂힌 정치권…백가쟁명식 해법 알맹이는 없다
與 “저임금근로자 정부지원”노동시장 경직성 해결은 외면野 “공공부터 정규직 전환”비정규직간 이분화 우려도정치권 지리한 해법 경쟁노사정 타협 근본대책 빠져
與 “저임금근로자 정부지원”

노동시장 경직성 해결은 외면


野 “공공부터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간 이분화 우려도


정치권 지리한 해법 경쟁

노사정 타협 근본대책 빠져


친서민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 공정사회를 집권 후반기 최대 화두로 삼고 있는 정부가 한목소리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외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는 비정규직을 ‘88만원 세대, 양극화의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정치권은 비정규직을 과도하게 고용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등의 법률안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고, 정부는 이해당사자의 양보와 타협을 강조하고 있다. 동일한 일을 하면서 임금을 차별받는 불합리한 고용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현실은 첩첩산중이다.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백가쟁명식 대책 역시 근본적인 해법이 빠져 있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반짝 선거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특히 비정규직은 오랫동안 휘발성이 강한 이슈로, 자칫 근본적인 해법 없이 불을 댕겼다가는 사회적 갈등만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 비정규직 문제를 본격 거론하면서 산업현장에 핵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여야는 8월 임시국회를 기점으로 저마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책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500만 비정규직 표심에 주목한 결과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서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여야, 500만 비정규직을 향한 구애작전=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반값 등록금에 이은 ‘친서민 정책 시리즈’ 2탄으로 예고한 한나라당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고, 이들의 4대 사회보험료 일부를 지원하는 게 ‘당근’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국민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그리고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현실에 주목한 것이다. 또 임금 상승과 4대 보험료 같은 각종 간접 인건비 상승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엄두조차 못 내고 있는 영세 기업주들의 애로사항도 수렴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정부를 압박해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정책위원회 회의에서 “정부는 공공부문 28만9000명의 비정규직이 어떤 기관에 어떤 고용형태로 몇 명이 있는지, 통계에 빠져 있는 공공부문 민간위탁근로자(용역, 파견 등) 현황이 어떤지 하루빨리 파악하고 총리실이 주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차별시정과 정규직 전환계획 그리고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일부 지자체는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노원구는 민간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평균임금을 12.6% 인상했고, 광주 광산구 역시 준공영제를 통해 비정규직 임금을 최고 20.7% 올렸다. 주승용 민주당 의원은 “노동집약적인 공공서비스를 민간 위탁하는 것은 예산절감효과도 없으면서 공공서비스 질만 하락시킬 뿐이므로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수혜 대상은 한정, 압박받는 대기업=한나라당은 대기업에 강한 ‘채찍’을 준비하고 있다.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고용주나,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정규직과 차별 대우하는 사업주를 적극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제2의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한나라당 정책 방향인 셈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과 경영단체들이 요구해온 ‘과도한 정규직 보호에 따른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소 방안에는 눈감고 있다. 또 비정규직의 고용확대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증가와 주요산업 해외 이주, 산업공동화, 경제성장동력 하락 등의 구조적인 문제에도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기한 공공부문 중심의 정규직 전환 수혜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 민간부문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지만, 경직된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 또 늘어날 수밖에 없는 사업주의 비용 부담에 대한 해법 없이는 ‘귀족 비정규직’만 양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ㆍ사회정책연구부장은 “비정규직 전체가 아닌 비정규직의 일부만을 보호한다면 비정규직 내 이분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비정규직 논의가 노ㆍ사ㆍ정 3자의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근본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병유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는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의 노동 정책은 일부에서는 오버하고 일부는 방치됐다”며 “정규직의 양보, 정부의 비정규직 추가 지원, 그리고 기업의 인식 전환이라는 3가지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정상적인 시장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지금 정치권의 논쟁에서는 뭔가 하나씩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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