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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PD 나영석의 ‘1박2일’×200
4년간 롱런 ‘국민예능’ 대표주자로 자리매김…“60%는 오락성 기획, 나머지 40%는 어찌될지 나도 몰라”

일요일 온가족 둘러앉아

소외되는 세대 없이 보는

독보적인 프로그램

여행지는 매번 ‘제로 세팅’

백두산편 가장 기억 남아

멤버 교체 때가 최대 위기

강호동 폭발적 에너지 감탄

가장 성장한 멤버는 이승기

이수근 국민MC 성장 뿌듯

엄태웅도 곧 한방 터트릴 것




국민 예능 KBS ‘1박2일’이 지난 10일로 200회를 맞았다. ‘1박2일’은 버라이어티 예능 ‘준비됐어요’가 전신이다. 이 멤버들로 2007년 8월 5일 여행 콘셉트를 새로 넣어 ‘강호동의 1박2일’로 충북 영동 솔티마을로 떠난 게 시작이다.

당시 예능 트렌드는 이미 리얼 버라이어티로 향하고 있었다. ‘1박2일’도 대한민국의 전국 곳곳을 누비면서 실제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기획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해프닝이 재미를 더하고,잠자리나 저녁식사 복불복을 통해 게임과 승부를 도입하면서 시청자에게는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은 크게 성장했고, 초기부터 이명한 PD(CJ E&M으로 이적)와 함께 연출진으로 참가한 나영석 PD는 유명인이 됐다. 여의도 KBS 신관 앞의 한 카페에서 나 PD를 만나 ‘1박2일’과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구수하게 시골 스타일로 생긴 이 아저씨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1박2일’ 잘 보고 있어요”라며 사인과 함께 사진 촬영을 부탁받는 스타가 돼 있었다.


-200회를 맞은 소감은?

“여행지 100곳 돌파가 눈앞에 있다. 뿌듯하다. 하지만 200회는 숫자일 뿐이다. 199회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4년 동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결과 강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쇼의 형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얻어갈 게 있다. 젊은이들은 이승기가 여행 가서 하는 행태를 볼 것이고, 어른들은 관광지를 보며 즐거워한다. 다양한 세대에 소구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으니 소외되는 세대가 없을 듯해 좋다.”


-200회를 전북 고창에서 농촌봉사 한 이유는?

“그냥 한 것뿐이다. 100회도 삼봉자연농원에서 평이하게 했다. 200회를 맞아 봉사라는 거창한 건 아니었고 간혹 해온 ‘체험 삶의 현장’ 같은 것이었다. 멤버들은 이런 것 할 때 매우 좋아한다.”


-다음 여행지는 어떻게 결정하나?

“여행지를 정하는 기준은 매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지난주 행선지와 그 피드백이 어땠는지를 본다. 바다에서 산으로 갈 수 있지만, 역으로 바다로 또 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여기 좋다’, ‘예쁘다더라’ 해서 가지는 않는다. 나름의 콘셉트가 있고 매주 조금씩 달라진다.”

-PD와 작가,출연진의 역할은 각각 얼마쯤이 좋은가?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있다. 미리 전부 만들어간다면 묘미가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런 상황이 불가능하다. 생명력 있는 상황이 재미가 있다. 복불복이나 재미 요소로 60%를 기획하고, 나머지 40%는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들로 가져가려 한다. 평범한 소재는 분량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긴장감을 갖고 하다 보면 의외의 재미가 나온다. 농촌봉사 가서 강호동이 수박을 떨어뜨려 주인에게 무릎 꿇고 ‘도움을 드리러 왔는데, 민폐만 끼치고, 국수만 두 그릇 먹고, 새참만 축내고’라고 한 것은 예기치 못한 것이어서 더욱 재미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1박2일’에 변화가 있나? 점점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 고정된 일정한 패턴, 예컨대 복불복도 자주 반복된다.

“매주 월요일 회의는 항상 ‘제로 세팅’이다. 변화가 없는 건 정체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많이 노력하면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다 보면 조금씩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신이 나서 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줄 수 있어야 한다. 복불복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 요즘은 까나리액젓은 안 먹지 않나. 반은 나쁘고 반은 좋은 기본원칙만 지키고 속의 아이템은 계속 새롭게 개발할 것이다.”


-나 PD는 출연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 하지만, 야생성과 독성은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약하다고? 이명한 PD에 비해 독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글쎄… 나는 가혹한 것 같은데, 내가 멤버들에게 더 잘해주는 건 없다. 사실 멤버들 눈치를 보기는 한다. 다 굶겨놓고 백두산까지 가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프로그램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셈이다.”


-‘1박2일’은 보수적이고 촌스럽다. 하지만 정과 우정, 긍지 같은 정서가 묻어난다.

“강호동도 촌사람이다. 남자끼리 있으면 촌스럽다. 시골,오지를 다니니까 배경도 자연스럽게 시골이 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순 없다. 여행이 우정을 공고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친구들도 반은 촬영이라는 핑계로 즐기고 있다. 분명 새로운 경험이다. 엄태웅이 강원도에서 히치하이킹을 언제 해보겠나.”



-그동안 위기는 없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는.

“멤버 교체 때가 위기다. 아무래도 사람이 바뀌면 부담감이 생긴다. 지상렬, 노홍철, 김C, MC몽이 그만둘 때 뒷일을 많이 생각했다. 백두산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들게 갔다. 단순히 산(山)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감동적이었다. 연변의 용정중학교에서 공연했을때 뭔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까르끼 등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족 상봉이라는 큰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외국인 노동자 편도 기억에 남는다.”


-멤버들 이야기를 해달라. 어떤 변화를 거쳤나? 가장 많이 성장한 멤버는?

“가장 많이 성장한 멤버는 이승기다. 들어올 때는 어려 보였는데 여러 면에서 성장했다. 국민적 스타가 됐다. ‘1박2일’과 본인의 힘으로 톱 MC로까지 성장했다. 강호동은 특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호감적인 면도 있었지만 국민MC로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최대 장점은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천하장사 강호동을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좋아한다. 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잘 맞아 떨어진다. 뺏어 먹는 못된 형이라는 점도 어울린다. 그 밑에 못 먹는 동생이 있고, 그런 몸집 작은 동생들의 역습에 당하면서 시청자들이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엄태웅은 어떨 것 같나?

“더 웃겨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엄청나게 웃겨달라고 한 것은 아니다. 웃음을 책임질 멤버를 찾았다면 엄태웅을 선택하지 않았다. ‘1박2일’은 배꼽 잡고 웃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기존 멤버는 가수 아니면 개그맨이었으니까 배우라는 직업은 좀 달리 보일 수 있다. 엄태웅은 멤버들과 진짜 친해지면 진가가 나올 수 있다. 몰입해야 하는데 엄태웅은 낯을 가린다. 우리는 매번 처음 접하는 상황이다. 은지원이 감자 캐는 아줌마한테 거리낌 없이 말을 섞는 것, 이게 처음에는 안 됐다. 엄태웅도 어느 순간 진가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런 뜻이다.”


-김종민은 아직 정착 못한 것 아닌가?

“‘좀 더’ 웃겨야 한다.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1박2일’은 일개 프로그램일뿐 김종민의 인생 트레이너가 아니다. 김종민은 지금 100%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김종민에게서 다른 잠재력을 경험한 PD로서 더 나올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이수근은 어떤가?

“물이 올랐다. 이승기가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면 이수근은 국민적인 개그맨 반열에 올랐다. 처음에는 말도 못하던 이수근이 차세대 메인MC로 성장한 건 제일 뿌듯하다. 이수근은 감(感)과 흐름이 좋다. 농활 체험 중 복숭아 농장에서 떨어진 복숭아를 보고 농민에게 ‘제가 한 것 아니다’고 하자 농민이 ‘이건 나무가 놔버린 거다’고 했을 때 즉각적으로 ‘저희 아버지도 절 놔버렸거든요’라는 농담을 바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수근이다.”


-김C, 지상렬 등 나간 멤버들이 아쉽지 않나?

“나간 사람은 못 잡는다. 자기 인생의 계획 같은 게 있다. 우리와 그들이 함께 득이 돼야 같이 할 수 있다. 같이 했으면 좋겠지만 그 사람 인생이 제일 중요하다.”(계속)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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