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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영석PD가 ‘1박2일’ 여행지 선택하는 기준은?
국민 예능 KBS ‘1박2일’이 지난 10일로 200회를 맞았다. ‘1박2일’은 버라이어티 예능 ‘준비됐어요’가 전신이다. 이 멤버들로 2007년 8월 5일 여행 콘셉트를 새로 넣어 ‘강호동의 1박2일’로 충북 영동 솔티마을로 떠난 게 시작이다. 

당시 예능 트렌드는 이미 리얼 버라이어티로 향하고 있었다. ‘1박2일’도 대한민국의 전국 곳곳을 누비면서 실제 벌어지는 일들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기획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과 해프닝이 재미를 더하고,잠자리나 저녁식사 복불복을 통해 게임과 승부를 도입하면서 시청자에게는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강호동을 비롯한 멤버들은 크게 성장했고, 초기부터 이명한 PD(CJ E&M으로 이적)와 함께 연출진으로 참가한 나영석 PD는 유명인이 됐다. 여의도 KBS 신관 앞의 한 카페에서 나 PD를 만나 ‘1박2일’과 그의 인생 스토리를 들었다. 구수하게 시골 스타일로 생긴 이 아저씨는 지나가는 사람들로부터 “‘1박2일’ 잘 보고 있어요”라며 사인과 함께 사진 촬영을 부탁받는 스타가 돼 있었다.

KBS 나영석PD.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200회를 맞은 소감은?
“여행지 100곳 돌파가 눈앞에 있다. 뿌듯하다. 하지만 200회는 숫자일 뿐이다. 199회가 덜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4년 동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결과 강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쇼의 형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보는 사람마다 조금씩 얻어갈 게 있다. 젊은이들은 이승기가 여행 가서 하는 행태를 볼 것이고, 어른들은 관광지를 보며 즐거워한다. 다양한 세대에 소구하는 힘이 있다고 본다. 일요일 저녁 온 가족이 둘러앉으니 소외되는 세대가 없을 듯해 좋다.”

-200회를 전북 고창에서 농촌봉사 한 이유는?
“그냥 한 것뿐이다. 100회도 삼봉자연농원에서 평이하게 했다. 200회를 맞아 봉사라는 거창한 건 아니었고 간혹 해온 ‘체험 삶의 현장’ 같은 것이었다. 멤버들은 이런 것 할 때 매우 좋아한다.”

-다음 여행지는 어떻게 결정하나?
“여행지를 정하는 기준은 매번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지난주 행선지와 그 피드백이 어땠는지를 본다. 바다에서 산으로 갈 수 있지만, 역으로 바다로 또 갈 수도 있다. 사람들이 ‘여기 좋다’, ‘예쁘다더라’ 해서 가지는 않는다. 나름의 콘셉트가 있고 매주 조금씩 달라진다.”


-PD와 작가,출연진의 역할은 각각 얼마쯤이 좋은가?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있다. 미리 전부 만들어간다면 묘미가 없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그런 상황이 불가능하다. 생명력 있는 상황이 재미가 있다. 복불복이나 재미 요소로 60%를 기획하고, 나머지 40%는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들로 가져가려 한다. 평범한 소재는 분량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긴장감을 갖고 하다 보면 의외의 재미가 나온다. 농촌봉사 가서 강호동이 수박을 떨어뜨려 주인에게 무릎 꿇고 ‘도움을 드리러 왔는데, 민폐만 끼치고, 국수만 두 그릇 먹고, 새참만 축내고’라고 한 것은 예기치 못한 것이어서 더욱 재미있었다고 본다.”

-앞으로 ‘1박2일’에 변화가 있나? 점점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다. 고정된 일정한 패턴, 예컨대 복불복도 자주 반복된다.
“매주 월요일 회의는 항상 ‘제로 세팅’이다. 변화가 없는 건 정체된 것이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많이 노력하면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다 보면 조금씩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게 과제다.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신이 나서 놀 수 있게 멍석을 깔아줄 수 있어야 한다. 복불복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 요즘은 까나리액젓은 안 먹지 않나. 반은 나쁘고 반은 좋은 기본원칙만 지키고 속의 아이템은 계속 새롭게 개발할 것이다.”

-나 PD는 출연자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잘 하지만, 야생성과 독성은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약하다고? 이명한 PD에 비해 독하지 않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글쎄… 나는 가혹한 것 같은데, 내가 멤버들에게 더 잘해주는 건 없다. 사실 멤버들 눈치를 보기는 한다. 다 굶겨놓고 백두산까지 가라는 건 말도 안 된다. 프로그램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셈이다.”

-‘1박2일’은 보수적이고 촌스럽다. 하지만 정과 우정, 긍지 같은 정서가 묻어난다.
“강호동도 촌사람이다. 남자끼리 있으면 촌스럽다. 시골,오지를 다니니까 배경도 자연스럽게 시골이 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을 순 없다. 여행이 우정을 공고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친구들도 반은 촬영이라는 핑계로 즐기고 있다. 분명 새로운 경험이다. 엄태웅이 강원도에서 히치하이킹을 언제 해보겠나.”


-그동안 위기는 없었나?.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는.
“멤버 교체 때가 위기다. 아무래도 사람이 바뀌면 부담감이 생긴다. 지상렬, 노홍철, 김C, MC몽이 그만둘 때 뒷일을 많이 생각했다. 백두산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힘들게 갔다. 단순히 산(山)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감동적이었다. 연변의 용정중학교에서 공연했을때 뭔지 모를 뿌듯함이 있었다. 까르끼 등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족 상봉이라는 큰 추억거리를 만들어 준 외국인 노동자 편도 기억에 남는다.”

-멤버들 이야기를 해달라. 어떤 변화를 거쳤나? 가장 많이 성장한 멤버는?
“가장 많이 성장한 멤버는 이승기다. 들어올 때는 어려 보였는데 여러 면에서 성장했다. 국민적 스타가 됐다. ‘1박2일’과 본인의 힘으로 톱 MC로까지 성장했다. 강호동은 특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호감적인 면도 있었지만 국민MC로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 최대 장점은 에너지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 천하장사 강호동을 시골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모두 좋아한다. 이 프로그램 콘셉트와 잘 맞아 떨어진다. 뺏어 먹는 못된 형이라는 점도 어울린다. 그 밑에 못 먹는 동생이 있고, 그런 몸집 작은 동생들의 역습에 당하면서 시청자들이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엄태웅은 어떨 것 같나?
“더 웃겨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엄청나게 웃겨달라고 한 것은 아니다. 웃음을 책임질 멤버를 찾았다면 엄태웅을 선택하지 않았다. ‘1박2일’은 배꼽 잡고 웃기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기존 멤버는 가수 아니면 개그맨이었으니까 배우라는 직업은 좀 달리 보일 수 있다. 엄태웅은 멤버들과 진짜 친해지면 진가가 나올 수 있다. 몰입해야 하는데 엄태웅은 낯을 가린다. 우리는 매번 처음 접하는 상황이다. 은지원이 감자 캐는 아줌마한테 거리낌 없이 말을 섞는 것, 이게 처음에는 안 됐다. 엄태웅도 어느 순간 진가가 나올 수 있다는 건 그런 뜻이다.”

 
KBS 나영석PD.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김종민은 아직 정착 못한 것 아닌가?
“‘좀 더’ 웃겨야 한다.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1박2일’은 일개 프로그램일뿐 김종민의 인생 트레이너가 아니다. 김종민은 지금 100%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김종민에게서 다른 잠재력을 경험한 PD로서 더 나올 수 있는 여지는 많다고 생각한다.”

-이수근은 어떤가?
“물이 올랐다. 이승기가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면 이수근은 국민적인 개그맨 반열에 올랐다. 처음에는 말도 못하던 이수근이 차세대 메인MC로 성장한 건 제일 뿌듯하다. 이수근은 감(感)과 흐름이 좋다. 농활 체험 중 복숭아 농장에서 떨어진 복숭아를 보고 농민에게 ‘제가 한 것 아니다’고 하자 농민이 ‘이건 나무가 놔버린 거다’고 했을 때 즉각적으로 ‘저희 아버지도 절 놔버렸거든요’라는 농담을 바로 할 수 있는 사람이 이수근이다.”

-김C, 지상렬 등 나간 멤버들이 아쉽지 않나?
“나간 사람은 못 잡는다. 자기 인생의 계획 같은 게 있다. 우리와 그들이 함께 득이 돼야 같이 할 수 있다. 같이 했으면 좋겠지만 그 사람 인생이 제일 중요하다.”(계속)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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