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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황-신윤철, 대척점에 선 두 기타리스트가 던지는 2色 출사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는 보통 ‘가수’에게 떨어진다. 여기 주목해야 할 두 명의 연주자가 있다. 30여년 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기타를 손에 잡은 소년은 나란히 불혹이 됐다. 신윤철(42)과 김세황(40). 연주 스타일부터 성격과 성장 배경까지 서로 ‘보색대비’다. 20대는 특히 달랐다. 김세황은 신해철이 규합한 록밴드 넥스트의 멤버로 우주적인 제복을 입고 큰 무대에 올라 소녀 팬들의 함성을 가르고 초절기교와 속주를 뿜어냈다. 10일엔 MBC TV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 무대에 서 폭발적인 기타 솔로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신중현의 둘째 아들인 신윤철은 솔로와 복숭아, 원더버드 등으로 활동하며 평단과 마니아들의 갈채를 받았고 작은 무대에 꾸준히 섰다. 몽환적인 모던록에 예스러운 블루스 스타일 연주를 절묘하게 섞어내곤 하던 그는 결국 지난해 밴드 서울전자음악단 리더로서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의 세 부문을 거머쥐었다.

최근 나란히 솔로 음반을 냈다. 각자 그들답다. 김세황은 세계 최초로 비발디의 ‘사계’ 전 악장을 전자기타로 현악과 협연했다. 특유의 폭발적이고 공격적인 전자기타 연주로 주 선율을 연주하고 서울시향 수석단원들로 구성된 12인조 현악과 쳄발로가 이를 받친다. 크로스오버가 아닌 클래식 형태의 협주를 지향한 독특한 콘셉트다. 연주는 여전히 화려하고 폭발적이다. 속주에 다양한 테크닉이 가세하면서 기타 지판을 녹일 정도로 뜨거운 연주를 펼친다.

신윤철은 정인, 김바다 등 객원 보컬들을 불러들여 6곡짜리 노래 모음집, 미니 앨범을 냈다. 때론 록킹(rocking)하게, 때론 몽환적으로, 때론 쓸쓸하게 여름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맛깔스러운 신윤철의 기타 연주도 여전하다. 경기도의 펜션에서 자연친화적으로 녹음했다. 타이틀 곡 격인 ‘소년시대’에서는 유앤미블루 출신의 영화음악가 방준석도 오랜만에 흔쾌히 자기 목소리를 들려준다.

비 오는 날 만난 김세황은 수사법을 섞은 달변으로 한여름 폭우 같은 알싸함을, 햇볕 쨍한 날 마주한 신윤철은 느릿하고 신중한 말투로 땡볕 아래 피어오른 마법 같은 나른함을 대기 중에 내뿜었다.


먼저, 김세황과의 일문일답.

-MBC TV ‘나는 가수다’의 옥주현 무대(곡명 ‘유고걸’ㆍ10일 방영분)에서 폭발적인 기타 연주를 들려줬다. 어떻게 함께하게 됐나.

▶옥주현 씨와 인연 깊은 관계자분이 나와 친해 ‘패밀리 마인드’에서 흔쾌히 응낙했다. 더 중요한 계기가 있다. 옥주현 씨가 전화 걸어 “오빠!” 하더라. 친분도 없는데 다짜고짜. 나도 남자다. 그 순간 스케줄이고 뭐고 모든 걸 잊었다.

-옥주현과의 무대, 어땠나?

▶판타스틱했다. 전국의 모든 기타리스트가 날 부러워할 거다. 기타 솔로 폭발할 때 옥주현과 백댄서들, 여자 6명이 내 다리를 만져준다. 솔직히 기분 좋았다. ‘동네 여자애들한테 잘 보이려고’가 기타리스트들의 음악 입문 계기이자 원초적 로망, 꿈이다. 기타 지망생들에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어넣어주고 싶었다. (웃음)
-어쩌다 ‘사계’를 전자기타로 칠 생각을 했나.

▶일단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다. 마흔을 앞두고 꿈꾸던 걸 실행해보고 싶었다. 10월에 첫 협주를 했는데 클래식계의 내로라하는 분들이 기립박수를 쳐주시더라. 매달 연주회를 펼쳤다. 지난해 내한한 이탈리아의 세계적 실내악단 ‘이 무지치’와도 협연했다. 전자기타리스트로서, ‘크로스오버’로 할 수 있는 건 넥스트 때 다 해봤다. ‘라젠카’ 앨범 때 런던심포니와 홀스트의 ‘행성’을 협연했고, 로열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는 100주년 월드투어 때 함께했다. 이게 27살 때다. 이미 해본 걸 뭐하러 또 하나. 다음에 남은 단계는 클래식 솔리스트가 되는 거였다. 일단 이 무지치는 (나를) 완전 인정해줬다.


-최고의 기교파로 꼽힌다. 기타를 잘 친다는 건 어떤 거라고 보나.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나는 연주나 무대에 멋이 없는 게 싫다. 쉽게 얘기하면 여자들이 ‘꺅!’ 할 수 있는 게 좋다. 어릴 때 미국에서 동양 사람이 우리 가족을 빼고 한 명도 없는 동네에 살았다. 여자애들이 나한테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발악했다. 버지니아 주 미식축구 대표를 했고, 2년 연속 사회봉사 최우수상을 받았으며 학교에서 기타를 제일 잘 쳤다. 밥 먹고 기타만 쳤으니까.(웃음)

-기타는 몇 대나 갖고 있나.

▶200대 넘지. 후배의 빈집에 모여 산다. 기타랑 앰프들만 모여 사는 집이 실제로 따로 있는 거다.

-앞으로 계획은?

▶얼마 전 이탈리아의 ‘남자 김연아’쯤 되는 아이스댄싱 국가대표 스테파노 카루소가 내 연주곡(‘러브 스토리’)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듣고 반했다며 내 페이스북으로 연락해왔다. 스케이팅에 맞게 재편곡 작업해서 보내줬다. 이르면 가을부터 그 선수는 내 음악에 맞춰 세계 무대에 설 거다.

또 계획대로라면 2012년에 이 무지치와 이탈리아 아트록 그룹 뉴트롤스의 ‘아다지오’를 협연한 음반이 나온다. 도이체그라모폰 같은 유수 클래식 레이블을 통해 전 세계에 발매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클래식 솔리스트로 계속 활동하고 싶다. 밴드 음악도 병행할 계획이다. 넥스트? 작업은 늘 해오고 있다. 넥스트는 생활이다. 나는 넥스트고,넥스트가 내 고향이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ㆍ사진 제공=CJ E&M


다음은, 신윤철과의 문답.



-새 앨범 소개 좀 해달라.

▶요즘 같이 날씨 덥고 그럴 때 시원하게 듣도록 만든 그런 음악이다.

-경기도 양평의 펜션에서 녹음한 걸로 안다.

▶서울 밖 펜션 중에 천장 높은 곳을 집중적으로 찾았다. 괜찮아 보이는 몇 곳을 답사하며 소리 울림을 체크했다. 넓이도 적당하고 주인이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관대한 곳으로 낙점했다.

-전형적인 스튜디오를 벗어나 합주 형태로 녹음했는데.

▶합주로 하면 밴드다운 사운드, 살아있는 느낌이 나온다. 녹음한 장소가 워낙 천장이 높고 모두 나무로 돼 있어서 울림이 무척 좋았다.

-특별한 가계(家系ㆍ아버지는 신중현. 형 대철은 기타리스트, 동생 석철은 드러머로 활동 중)가 부담스럽지 않나.

▶워낙 서로 떨어져 있고 좋아하는 취향들도 다르다.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내 음악 만드는 데 있어 늘 부담이 되기도 했다. 근데 어쩌겠나. 그리 태어난 걸. 나는 ‘내 음악’ 하는 거니까. 비교하는 건 듣는 분들 몫이다. ‘일부러 히트곡을 써서 아버지만큼의 뭔가가 되겠다…?’ 그런 생각은 없다.

-앨범이 연주보다는 노래에 집중된 느낌이다. 스스로의 정체성은 기타리스트인가, 송라이터인가?

▶기타리스트가 좋다. 여름에 서울전자음악단 3집 녹음을 진행하면서 연주곡으로만 된 솔로 앨범을 내고 싶다. 이번 음반은 그전에 미발표곡을 모아 내는 일종의 창고 대방출이다.

-영향받은 기타리스트는?

▶가장 많이 받은 기타리스트는 아버지. 아버지가 지미 헨드릭스를 워낙 좋아해서 어릴 적부터 많이 들었다. 지미 페이지, 제프 벡, 에릭 클랩턴….


-다양한 밴드(복숭아, 원더버드, 서울전자음악단)를 거쳤는데 음악 생활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뭔가.

▶‘quiet desperation(조용한 광란)’이다. 원래는 영국 사람들 성격을 표현하는 관용구다. 겉으로는 티가 안 나는데 속으로는 뭔가 ‘또라이’ 기질이 있는 거다. 나도 광란을 겉으로 말고 조용히 소리에 담아 표현하고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밖으로 확 표현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여태껏 음악하기 힘들었나.(웃음)

-기타는 몇 대나 갖고 있나?

▶전자기타 3대, 통기타 2대, 우쿨렐레 1대. 기타 처음 배우는 분들은 크기가 작은 우쿨렐레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돌 음악은 어떤가.

▶요새 아예 TV 안 본다. 80년대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 떠오른다.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스포츠를 밀고, 영화도 에로영화만 나오고. 노래도 디스코나 트로트만 방송 타고. 그런 시대랑 지금 되게 비슷한 것 같다. 아이돌은 듣기보다 보이기 위한 음악이잖나. 음악적으로 어떻다 얘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는 와이프가 같이 보자고 해서 몇 번 봤다. (나가수가) 화제가 되는 건 그만큼 사람들이 음악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TV에 나와 얼굴 알리고 그러는 것보다 조용하게 살고 싶다. LP 레코드 모으는 게 취미다. 서울전자음악단 3집은 LP로도 내보고 싶다. 올가을쯤 솔로 공연 열어 음악 생활을 정리해볼 생각이다. 사람들이 요즘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들을 만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ㆍ사진=박해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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