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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박스>번갯속 목숨 건 라운드…“퍼팅이 가능하세요?”…“아이스하키하는 거제”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장마철입니다.

오늘 출근시간은 오전 4시30분. 집에서 오전 3시10분에 출발해 깜깜한 빗속을 달리는 초보운전자의 모험, 그걸 스릴이라고 할까? 그 빗속을 달려오면서 ‘혹시 오늘 휴장 아닐까?’ 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골프장에 도착했습니다.

주말이라 동시 티업을 하는 바람에 시간이 갈수록 손님들이 왁자지껄 늘어났습니다.

물론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면서 단 한 분도 플레이를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죠. 모두 온 김에 밥이라도 먹고 가자며 스타트하우스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인 생각은 비가 그쳤으면 하는 생각이었을 거예요. 비도 무심하지, 더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지요. 게다가 번쩍하는 번개와 천둥까지.

결국 3팀은 번개를 핑계 삼아 그냥 그 멀고 험한 빗길을 허무하게 되돌아가셨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용단을 내린 막강한 팀. 코스를 향해 전사처럼 나가셨습니다. 그 뒤를 이어 줄줄이 6팀이 준비를 하셨고, 모두 빗속의 전사가 됐습니다. 결국 그렇게 주말 오전이 시작됐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한 침묵을 깨고 누군가 스타트하우스에 들어오셨습니다. “언니야, 우리 진짜 미쳤제?” “근데 어떡해요? 이렇게 비가 많이 와서.” “우중의 골프가 진정한 골프라 안 카나?” “네, 9홀만 하시려고요?” “이 언니, 와 이라노? 조금 쉬었다가 할라고 하지. 쬐매만 있다가 나가도 되지?” “그러세요.” “그런데 그린에서 퍼터가 가능하세요?” “퍼터가 뭐꼬? 그냥 아이스하키 하는 거제. 그래도 얼매나 재밌다꼬.” 그러시곤담배를 한 모금 피우시더니 다시 출발! 라운드 내내 그분들은 비 오는 그 상황을 즐기고 계셨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어찌나 호탕하게 웃으시는지, 라운드가 그리 우울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비가 많이 오는 날씨의 라운드는 그리 썩 유쾌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또 비는 어떻게 감수하겠지만 벼락은 정말 가슴 서늘합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 그리고 벼락이 몰아치는 날은 골프장에서 미리 휴장을 권유해주시는 것이 어떨까요?

목숨을 건 라운드는 싫습니다. ㅠ.ㅠ

<쎄듀골프서비스연구소

차돌박이(전 선운산골프장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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