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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탈… 반항… 사춘기 같은 작품”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주인공 3인방…임신·자살·동성애 등 파격적 문법으로 ‘당신의 10대 시절’을 되묻다
멜키어役 윤현민

야구선수하며 속으로 삭이기만 했던 사춘기

연기로나마 반항할때면 후련한 기분


모리츠役 정동화

매일 죽는 역할 정신적 에너지 소모 커

파격적 스토리텔링 표현 힘들지만 매력적


벤들라役 송상은

벤들라 고정된 이미지 깨느라 많이 고생

노출연기? 시작전 고민만큼 힘들진 않아




‘당신의 10대는 어땠나요?’

작품은 되묻는다. ‘사춘기 시절, 당신은 행복했느냐’고. 누군가에겐 수치스럽고 돌아보기도 싫은, 반대로 마냥 돌아가고 싶은 순수했던 그 시절, 모두 한 번쯤 겪었을 10대 사춘기 시절의 고민과 방황을 들춰낸다.

학교에선 모범생이지만 책을 통해 알게 된 지식으로 진보된 세상을 꿈꾸는 소년 멜키어, 성적에 대한 어른들의 압박에 좌절하는 모리츠, 호기심 많고 순수한 소녀지만 한때 성적 호기심으로 임신하게 되는 벤들라.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은 멜키어, 모리츠, 벤들라로 대표되는 10대들의 혼란과 방황을 파격의 문법으로 풀어낸다.

강렬한 록비트의 음악, 시적이면서도 도발적인 대사들이 객석을 사로잡는다. 노출, 임신, 자살, 동성애, 마스터베이션 등의 파격 소재로 버무려진 작품은 흔히 볼 수 있는 마냥 행복한 뮤지컬은 아니다. 그보단 가벼운 유희로 넘쳐나는 시대에, 보다 진지한 화두를 던지려는 용기 있는 시도다. 작품이 끝나고, 가슴이 울컥하는 것은 극 중 19세기 독일의 상황이 지금 우리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뼈아픈 통감이다.

배우에게 그저 스쳐가는 작품이 있다면, 가슴 속 깊이 박히는 작품도 있을 터. 한 달을 달려온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배우들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 지난 1일 멜키어(윤현민), 모리츠(정동화), 벤들라(송상은) 역을 맡은 세 배우와 만나 작품을 이야기했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주인공을 맡은 세 배우. 왼쪽부터 정동화, 송상은, 윤현민. 공연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9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 작품은 워낙 화제가 된 작품이죠. 미국에서도 그랬고(1917년 노출 등 파격 소재로 100년간 공연금지 처분), 2009년 한국 초연 때도 그랬고. 배우로서 부담감은 없었나요.

▶윤현민ㆍ이하 윤=초연을 안 봤어요.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대본만 봤습니다. 일부러 영상도 안 봤죠. 마치 초연하는 것처럼 정보 없이 들이댔어요. 비교하지 않고 저만의 멜키어를 만들려고 했어요.

▶송상은ㆍ이하 송=전 오히려 초연을 많이 봐서, 그 틀을 깨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너는 왜 지난 벤들라를 따라하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그걸 깨는 데 집중했죠.

▶정동화ㆍ이하 정=초연을 봤는데, 대본을 보고 또 느낌이 달랐어요. 이 작품은 볼 때도 어려웠지만 배우로서 이해하고 연기하기 어려운 작품이죠. 기승전결의 문법을 깬 파격적인 스토리텔링이거든요.

-극을 보면 배우들이 에너지를 200% 쏟아내는 게 보일 정도로, 정신적ㆍ육체적 에너지가 소모되는 작품인데요.(멜키어는 소년원에 수감되고, 벤들라와 모리츠는 죽는다)

▶윤=살이 많이 빠졌어요. 그게 눈물로 빠진 살인 것 같아요.(멜키어를 비롯한 모든 배우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린다. 윤현민은 눈이 퉁퉁 부어 있었다. 매일 마지막 신에서 울어서 그렇다고.)

▶정=작품에서 나오는 사건들이 일반적이진 않죠. 모리츠의 자살도 배우로서 매일 죽으려니 힘들죠. 


-여러모로 파격적인 작품이라, 배우로서 힘든 점이 많을 텐데. 특히 멜키어와 벤들라는 노출신도 있고요.(초연 당시 여배우의 가슴 노출과 남자배우의 하의 탈의로 화제가 됐다)

▶송=시작하기 전에는 진짜 고민했어요. 오디션 원서 접수할 때도 ‘만약 운 좋아서 붙어도 내가 노출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근데 막상 캐스팅되고 연습 시작하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덜 힘들더라고요.

▶윤=첫 공연 때(6.3) 처음 노출신을 연기했어요. 많이 걱정했는데, 상은이가 노출신 처음 연습할 때 눈물을 보이더라고요. 저도 힘들었지만 여배우가 더 신경 쓰이겠지 싶어서 별 생각을 안하려 합니다.

-1891년 독일, 보수적인 환경. 그 속에서 10대 청소년들의 반항. 120년이 지났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아요. 배우들의 사춘기는 어땠나요.

▶정=극단적이긴 해도 모리츠 같은 경험 다들 있을 걸요. 보통 사춘기에 남자라면 성(性)에 눈을 뜨죠. 등하교 때 항상 정신없는 사람처럼 여학생들의 특정 부위를 쳐다보고 유해물도 접하고.(웃음) 혼란스럽고 죄책감도 들고 그 시기엔 다들 그래요.

▶윤=전 불만은 있었지만 속으로 삭이기만 했어요. 운동을 해서(그는 전 야구선수 출신이다) 반항할 틈도 없이 운동만 했습니다. 제가 못 해본 것을 연기해서 그런지 연기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져요. 후련한 기분이에요.

-작품이 대중적인 뮤지컬은 아니라는 평가에 대해서는요.

▶정=뮤지컬 하면 생각나는 발랄한 극은 아니니까요. 한류스타가 아니라면 대중성을 얻긴 힘들 것 같아요.(웃음) 구조적인 문제도 있죠. 뮤지컬 주관객층이 20, 30대 여성관객이잖아요. 그들의 취향과 딱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죠. 브로드웨이처럼 뮤지컬 팬층이 넓었다면 더 크게 성공했을 것 같긴 해요.

▶송=스타마케팅도 아니고, 신인을 7명이나 썼으니까요. 제작사 측에서 작품이 좋으니까 배우들의 인지도를 안 본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공연했는데 ‘스프링 어웨이크닝’이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윤=희망입니다. 이 작품이 무겁다는 분들도 계신데, 제가 보기엔 비극이 아닌 것 같아요. 마지막 신에서 ‘자줏빛 여름’을 노래하는 소년소녀들. 결국은 희망을 노래하죠.

▶송=사춘기. 다가가려고 하면 멀어지고. 때로는 저한테 반항하는거 같기도 하고. 다루기 힘든 사춘기의 청소년이요.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사진=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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