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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MB정부 레임덕 막으려면
이해준 <디지털뉴스부장>

‘권력무상’을 실감하는 계절이다. 권력 지속기간이 너무 짧아 무상함의 강도도 더 크게 느껴진다. 감세 등 친기업 정책을 통한 경제성장 ‘속도전’과 이전 정부 정책을 뒤집는 ‘되돌리기’ 작업이 무섭게 진행되고,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였던 것이 불과 2~3년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대통령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국제행사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주)대한민국 CEO’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추진력은 이제 서산낙일(西山落日)의 처지로 점점 떨어지는 모습이다.

저축은행 사태와 각종 부정부패 사건,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 집단 항명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각종 이익집단의 집단적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는 장관이나 공직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내년 총선으로 곁눈질을 하고 있다. 대통령이 화를 내며 질책해도 공직사회는 꿈쩍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다. 어차피 1년 반만 지나면 새 정권이 들어설 텐데 지금 나서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임기 5년의 대통령제에서 후반 권력누수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임기가 없는 그룹 총수들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것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공직사회는 임기 말 대통령이 아무리 다그쳐도 잘 움직이지 않지만, 그룹 총수의 한마디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그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임기 후반 권력누수의 정도에는 차이가 있다. 권력도 임기가 끝나는 시간까지 유지된다.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권력누수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MB 정부의 권력 누수는 세종시 수정안 폐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MB 정부는 기존 약속을 깨고 세종시 계획을 폐기하려 했으나, 국회와 여론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감세와 4대강을 밀어붙이던 MB의 ‘불도저’가 처음 급브레이크에 걸린 것으로, 그 시점은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돌던 작년 6월말이었다. 이후 재보선과 지방선거에서의 패배, 동남권 신공항 갈등, 감세를 둘러싼 집권층 내부 갈등, 저축은행 사태, 검-경 갈등 등을 거치면서 레임덕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현 정부의 임기가 1년 반 남아 있지만 시간은 현 정부의 편이 아니다.

이런 MB 정부의 레임덕 현상은 현 정부 특유의 국정 운영 스타일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국민 여론보다는 지도자의 신앙과 같은 신념을 우선하고, 반대세력에 대한 설득과 소통은 소홀히 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는 국정 스타일이 오히려 레임덕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이해집단을 포용하고 능력 있는 인재를 폭넓게 기용하는 통합의 리더십보다는, ‘이너서클(inner circle)’ 중심으로 인재를 기용해온 것도 반대세력을 키운 요인이었다. 서슬퍼런 권력이 작동하던 집권 초에만 해도 반대세력의 불만 정도로 치부될 수 있었지만, 이제 문제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과 권력을 휘두른 것이 오히려 권력 약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권력이란 움켜쥐면 쥘수록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물과 같다고 했다. 두 손을 모아 떠올릴 때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지도자의 독선과 아집보다 국민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고통을 함께 나눌 때 국민들은 그를 지도자로 믿고 따른다. 그가 권력을 놓더라도, 국민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현 정부가 레임덕을 막고 남은 국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면, 이러한 소통과 포용,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어진 권한을 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행사해 반대세력을 억누르고 국가 발전의 초석을 놓겠다는 공허한 소명의식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쥐면 쥘수록 떠나가는 권력의 역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때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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