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경찰의 출석 요구를 받고도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불법도청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천정배)로부터 고발당한 상태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의원은 지난 2일 박희태 국회의장과 함께 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덴마크를 공식 방문하는 일정에 동행해 출국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의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해 도청 의혹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경찰은 한 의원이 출국하기 전 민주당 국회 당대표실 도청의혹 사건과 관련해 한 의원 측에 출석을 통보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한 의원 측에) 지난 1일 출국 전이나 입국 직후에 출석을 해달라고 유선상으로 요청했으나 대답이 없었다”며 “미리 일정이 잡혀 있던 의정활동이라고 해 제지할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 의원 측은 “사전에 약속된 일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한 의원이 경찰조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출국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국회에서 공개한 녹취록의 정확한 출처를 밝히라는 민주당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고, 경찰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일행은 오는 13일에나 귀국할 예정이어서, 자칫 도청 수사가 장기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의원은 또 자신이 공개석상에서 손으로 흔들어 보이며 일부를 읽었던 7장짜리 녹취록을 제출하라는 경찰의 공식 요청도 무시하는 등 경찰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한 의원이 사건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데도 전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수사 진척에 어려움이 많다”며 “한 의원이 귀국해서 조사받기 전까지 진도가 나가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는 13일 귀국할 예정인 한 의원에 대해 “서면으로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불법 녹취 의혹을 받고 있는 KBS 측에도 녹취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이 밝힌 녹취록 내용과 KBS의 녹취록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KBS는 한 의원이 상임위에서 공개한 민주당 최고위원·문방위원 비공개 연석회의 내용을 기록한 자료를 갖고 있는 점은 인정하나, 민주당이 제기하는 ‘불법 녹취’ 방식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민주당이 갖고 있는 녹취 자료는 이미 분석을 끝냈고, 한 의원의 녹취록이 민주당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낮게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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