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가뭄과 비료부족으로 올해 북한의 이모작 작물의 수확량이 매우 부진해 7~8월 식량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농업 전문가인 권태진 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30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겨울이 길었고 올해 봄 가뭄이 심해 보리와 밀, 감자 등 북한의 올해 이모작 작황이 작년에 비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작물이 8월초 정도까지 식량공급원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 여름 북한의 식량사정은 예년보다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이모작 면적이 20만㏊ 정도 되는데, 이 중 밀과 보리가 10만㏊, 감자가 10만㏊ 정도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올해 봄철 강수량이 예년의 30%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감자 등 밭작물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열악한 비료사정 역시 수확량 급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권 부원장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수입한 비료의 양은 작년보다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단일성분) 비료 수입이 늘어 투입효과가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의 부족한 외화상황과도 관련이 있다는 게 권 부원장의 설명이다. 북한은 올해 중국으로부터 콩 수입을 줄이고 대신 옥수수와 밀가루 수입을 늘린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 역시 국제 대두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전언이다.
한편 수확량 부진으로 북한 장마당(시장)에서는 감자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이는 쌀값 상승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북한방송은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최근 햇감자가 장마당에 나왔는데 가격이 작년에 300원에서 올해 600~700원으로 두배 이상 올랐다”며 작년에 비해 수확량이 줄어든 게 확실해 보이며 최근 2000원대로 쌀값이 오른 이유가 햇감자 수확량 부족의 영향일 수 있다고 전했다.
식량난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김정일 정권에 대한 내부 민심도 흉흉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수도 평양 철도대학 담장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방하는 낙서가 발견돼 보안당국이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대북매체인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 “이 담장에는 ‘박정희·김정일 독재자, 박정희 나라경제 발전시킨 독재자, 김정일 사람들 굶겨 죽인 독재자’라는 낙서가 있는데 큰 글씨인 데다 빨간 벽돌에 흰색 분필로 쓴 것이어서 눈에 더욱 잘 띄었다”고 전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