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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 경주마 부드럽게 길들일래요”
90년 역사 한국경마 첫 여성 조교사 이신영 씨
여성기수론 첫 대상경주 출전

데뷔 초부터 신기록 제조기 명성

경쟁자 35명 물리치고 수석합격

“일·결혼 중 고르라면 당연히 일”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세계 최고의 명마를 만들어내고 싶습니다.”

몸무게 500㎏에 육박하는 커다란 경주마를 관리하는 데 여성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한국 경마 90년 역사상 첫 여성 조교사로 데뷔하는 이신영(30) 씨의 포부가 당차다.

이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경마공원에서 펼쳐진 3, 4경주에 ‘원손’ ‘공덕이’와 함께 출전해 7위와 5위를 기록하고 기수로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는 이날 기수로서의 마지막 경주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일이 기억난다. 100승을 이루고 싶었는데 90승에 머물러 아쉽다”면서 “조교사로서 최고의 경주마를 만들어내 팬들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3월 조교사 면허시험에서 35명의 남자 경쟁자를 물리치고 수석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이 씨는 그간 경주마 경매 현장 참관, 선진 경마 견학 등 조교사 개업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7월 1일자로 한국 최초의 여성 조교사로 활동에 들어갔다.

최초의 여성 조교사란 타이틀을 거머쥔 이 씨는 기수로서도 데뷔 초부터 ‘신기록 제조기’로 불렸다. 첫 공식 여성 기수, 첫 대상경주 출전 여성 기수, 첫 여성 출신 외국경주 출주, 첫 여성 정식기수 등.

경남 마산 토박이인 이 씨가 경주마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고3 가을 진학담당 선생님이 지나는 말로 기수후보생을 모집한다고 하셨어요. 까맣게 잊고 동아대학교 체육학과에 진학했는데 선생님 말씀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과천에서 난생 처음 경마공원을 구경한 뒤 다시 마산으로 내려갔죠. 원서를 들고요.”

기수가 되겠다는 막내딸의 느닷없는 선언에 부모님의 걱정은 컸다. 그러나 결국 딸의 고집에 두 손을 들었다. 안될 것 같으면 빨리 그만둔다는 조건 아래. 그러나 그는 5.4대1의 경쟁을 뚫고 1999년 제20기 기수 후보생이 됐고, 2001년 8월 무난히 수습기수로 데뷔했다.

한국 경마 사상 첫 여성 조교사인 이신영(30) 씨. 지난해 3월 조교사 면허시험에서 수석으로 합격한 이씨는 7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현재 활동하는 138명의 기수 중 여성은 10여명이다. 남성 기수를 압도하는 승부 근성과 강인한 정신력, 기승 실력을 갖춘 이 씨의 통산 기록은 895전 90승, 2위 68회. 2004년 11월 대통령배에서 서울경마공원 여성 기수로는 처음으로 대상경주 3위에 올랐으며, 여성 기수 최초로 그랑프리에 출전했다. 이 씨 이래 많은 여성 기수가 탄생했지만 아직까지 그를 뛰어넘는 후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기수로서 성공한 이 씨지만, 조교사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마방 대부와 더불어 8마리의 관리마를 15마리까지 늘릴 예정이지만 대부분이 신마이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경주마여서 데뷔 초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혼인 이 씨는 “일과 결혼생활 중 하나를 고르라면 주저없이 일을 택할 것”이라며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기수 시절부터 쌓아온 경험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기수시절부터 머리 좋기로 유명했다. 총감독 역할을 하는 조교사는 기수보다 몇 배나 머리를 더 써야 한다. 경마 전문가들은 영리하기로 소문난 이 씨가 남보다 빨리 조교사 역할에 적응하고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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