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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불 오가는 수능 난이도
지난 2일 치러진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가 지난 21일 발표되자 시험을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돼 대부분 영역의 만점자 비율이 수험생의 1%를 넘어간 탓이다. 실제로 6월 모의평가의 영역별 만점자 비율은 외국어(0.72%)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를 넘어 ▷언어 2.18% ▷수리 가형 3.34% ▷수리 나형 3.10%나 됐다.

상위 4%(1등급), 11%(2등급), 23%(3등급)로 이어지는 영역별 등급 정상분포도 지켜지지 않았다. 영역별 1등급 비율도 ▷언어 6.15% ▷수리 나형 5.69% ▷외국어 4.57%에 달하고 특히 수리 가형은 1등급 비율이 무려 8.03%인 데 비해 2등급은 4.83%에 머물렀다. 제2외국어 중 러시아어에서는 8등급에서 해당 수험생이 없는 ‘블랭크 현상’도 있어 본 수능에서는 과연 EBS(교육방송) 교재 연계율 70%를 지키면서 적절한 난이도로 출제될지 수험생과 학부모는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당국은 오는 11월 본 수능에서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수험생의 1%가 되는 수준으로 출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른바 ‘1% 룰’이다. ‘6월 모의 수능’ 결과대로라면 사상 최악의 ‘물 수능(쉬운 수능)’이 예상되는 것이다. 과연 교육당국의 공언대로 11월 본 수능에서 ‘1% 룰’이 지켜질 수 있을까.

▶수능 난이도 논쟁…그 도돌이표의 역사=지난 1993년(1994학년도 대학입시) 처음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이도 ‘시비’가 잦았다. ‘물 수능’과 ‘불 수능(어려운 수능)’이 번갈아 연출되며 수험생에게 혼란을 준 적도 많았다.

1994학년도 첫 수능은 1993년 8월과 11월 두 차례 실시됐다. 당시 대학들은 주로 수능 원점수를 도입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ㆍ2차 시험의 난이도가 큰 차이가 나 2차보다 문제가 쉬워 점수가 잘 나왔던 1차 시험 점수를 선택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이익을 보는 등 큰 혼란을 빚어 이듬해(1995학년도)부터 연 1회 시행으로 바뀌었다.

1999학년도 수능부터는 사회ㆍ과학탐구 영역에 선택과목제가 적용됐다. 선택과목 간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ㆍ불리를 막기 위해 표준점수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이때부터 수능이 갑자기 쉬워지면서 ‘물 수능’ 논란이 불거졌다. 2001학년도에는 수능 만점자가 66명이나 나왔다. 이때 제2외국어 영역이 최초로 수능에 포함됐다.

정부는 난이도 등을 맞추기 위해 시험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하는 모의평가를 2002학년도 수능(6ㆍ9월)부터 도입했다. 그러나 2002학년도부터 갑자기 수능이 어려워지면서 평균점수가 66.5점이나 폭락했다. 정부의 수능 출제가 갈팡질팡한다는 비판이 터져나왔다. 9등급제가 도입된 것도 이때였다.

2008학년도 수능에서는 표준점수까지 없애고 등급만 표기했다. 그러나 수리영역 가형의 1등급 컷이 원점수(100점 만점)로 98점이어서, 3점짜리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되는 등 문제가 쉬웠던 데다 변별력 논란까지 일자 2009학년도부터 다시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성적표에 함께 기재됐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사이에서는 난이도와 관련된 몇 가지 속설이 전해져오고 있다. ‘정권 말기 수능은 대개 쉽게 나온다’ ‘한 해는 어렵고 한 해는 쉬운 것이 수능의 법칙’ 등이다.

유성룡 티치미 대학진학연구소장은 “대개 직전 해 수능이 쉬우면 다음 해 수능은 난이도를 고려해 어려워지기 쉽다”며 “2008년부터 최근 4년간 수능 난이도는 쉬웠다 어려웠다를 반복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수능 난이도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는 과연?…‘1% 룰’ 관건=교육당국의 올 수능 난이도 목표는 영역별 만점자가 응시생의 1%가 되도록 출제하는 것이다. 과연 맞출 수 있을까. 신일용 교육과정평가원 수능출제연구실장은 즉답을 피하면서도 “20년 가까이 수능을 출제해온 오랜 경험으로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기예보를 담당하는 기상청 예보관들의 답변을 연상하게 한다.

교육계 일부에서는 “다소 무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는 ‘1% 룰 맞추기’를 평가원이 강하게 공언하는 것을 보면 따로 준비한 비책(秘策)이라도 있을 법해 보인다.


신 실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수험생의 학력 수준을 우선 파악하고 EBS(교육방송) 교재 내용에 대해 수험생이 얼마나 공부했는지를 살펴본 다음, 해마다 다른 수능 응시자의 특성을 알아보고 재수생과 반수생의 비율과 성향까지 파악하면 (비율을 맞추는 것은) 쉽지도 않지만 꼭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신 실장에 따르면 교수와 교사로 이뤄진 출제위원들이 EBS 교재와 교과서를 기초로 출제하되 시중 교재도 같이 참고하면서 교재 속 기출문제가 모의평가나 본 수능에 똑같이 나오지 않도록 출제하면, 교사들로 구성된 검토위원이 수험생의 ‘눈높이’로 직접 문제를 풀면서 어렵고 쉬움에 따라 이를테면 상ㆍ중ㆍ하 등의 방식으로 해당 문제의 난이도를 구분해낸다. 이같이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고루 섞으면서 해당 수능이나 모의평가의 난이도가 맞춰진다.

신 실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심층 분석해 11월 본 수능의 난이도를 맞추게 된다”며 “출제 과정에서 고난도 문제, 수험생의 특성 및 EBS 교재 연계학습 정도가 난이도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9월 모의평가의 난이도는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본 수능에서 수험생과 국민에게 밝힌 대로 영역별 만점자 비율이 1%가 되도록 출제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9월 모의평가는 6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해마다 6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낸 후 9월 모의평가는 그것보다 쉽게 내서 11월 본 수능 때 난이도를 맞추는 것이 과거 사례였지만, 올해는 9월 모의평가를 어렵게 내 11월 본 수능의 난이도를 맞출 것”이라며 “비연계 부분이 아닌 EBS 교재 연계 부분을 변형 출제해 연계 효과를 유지하면서 난도를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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