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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투하다 코피난다고 코치가 기권한 격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이하 수혁팀)의 황정인 경정과 황정현 경감이 잇따라 경찰 내부망에 이번 수사권 조정에 대한 비판글을 올리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들은 “개인 자격으로 글을 올린 것이 아닌, 팀 전체의 합의에 의해 글을 올린 것”이라며 “처음엔 동반 전출을 요구하려다 집단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어 수위를 낮췄다”고 말했다.

23일 본지 취재진과 전화통화한 수혁팀의 한 계장급 인사는 “수혁팀원이 잇따라 내부망에 올린 글은 팀원 간 회의를 거쳐 올린 것”이라며 “개인이 쓴 글이지만 팀 전체의 의사가 담겨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특히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합의안에 담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의 ‘모든 수사’라는 문구와 3항의 ‘검사의 지휘는 법무부령으로 정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모든 수사’라는 표현 때문에 현재보다 검사의 지휘 범위가 더욱 확대될 소지가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내사 역시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법무부령으로 검사의 지휘범위를 정할 경우 해당 지휘범위가 법무부의 뜻대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으며, 설령 경찰과 합의 아래 법무부령이 정해져도 향후 합의당사자가 바뀌고 난 뒤에 바뀔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경찰청에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수 없다’며 팀원 간의 동반 전출을 요구하려고 논의했으나 이 경우 ‘집단항명’으로 비춰질 수 있어 개인 판단에 따라 전출을 요구하는 쪽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와 전화통화한 수혁팀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수사권 조정 합의안은 한 마디로 말해 권투선수가 링 위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데, 코좀 맞았다고 코치가 수건을 던진 격”이라며 “더 해보고 싶은 마음도, 능력도 되는데 너무 빨리 수건을 던져 일선 경찰이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글이 올라오고 난 뒤 경찰 내부에서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청의 한 계장급 인사는 “만일 이번 개정안이 28일 국회를 그대로 통과하게 된다면 경찰직에 더 이상 미련을 두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의 한 경찰서장도 “검찰은 평검사회 같은 것을 만들어 단체활동을 하는데 우리는 손발이 다 묶여 있다”며 “필요하다면 우리도 단체행동을 해야 한다. 집단행동의 움직임이 없는 게 더 화가 난다. 이건 을사보호조약과 같다”고 격분을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경찰대 출신 간에는 동기끼리 규합해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경찰 가운데서는 “사표를 제출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구속이 되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이번 합의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현ㆍ박수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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