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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사’,연예인의 힘든 삶도 공감 이끌어냈다
MBC 수목극 ‘최고의 사랑’은 연예인들도 살아나가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호감을 콘셉트로 하는 구애정(공효진)이나 톱스타인 독고진(차승원)이나 살기 힘들고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느낌을 보여주는 로맨틱 코미디물이 공감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편한 소리 하고 있네” “너네보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 하냐” 등과 같은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한 것이 제작진이 거둔 가장 큰 성과다.

여성연예인의 인권에 관한 토론회에서 들은 얘기다. 여성문제를 연구하는 분이 여성연예인 인권 개선 방안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몇몇 기관에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연예인은 특권층인데 왜 여성연예인의 인권을 다루려고 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여성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럴진대 연예인의 힘든 상황을 다뤄 공감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여성 연예인이라는 존재는 ‘남들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고 말 성질의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연예인보다 더 힘들게 사는 직업군들이 많지만 여성 연예인은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처하게 되는 상황들을 리얼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 깊은 관찰이 요망되는 직업군이다. 스타로 가는 좁은 길을 뚫기 위해 저마다 애를 쓰지만 재능과 외모 등이 잘 결합한 극소수만이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유혹과 힘든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최고의 사랑’에서 구애정은 걸그룹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 제공자였다는 것과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자 연예인이 애인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 등의 물의를 일으킨 사실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방송 활동을 접은 후 자숙의 시간을 갖는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국민 전체가 날 미워해”라고 말하는 데서는 아픔이 느껴진다. 이 대목에선 실제 몇몇 연예인이 떠오르기도 한다. 구애정은 “죽으면 비호감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냐”고 말한다.


사람들이 구애정에 대해 좋지 않은 말을 하자 이를 듣던 조카 띵동이가 운다. 이를 보며 마음이 아팠을 시청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주위에서 구애정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면서 구애정은 컴백한다. 실제 연예계 이야기와 똑같다.

이 과정에서 연예계 스캔들과 루머를 이슈화하는 연예기자들과 연예뉴스에 댓글을 다는 네티즌이 어떻게 연예인에게 상처를 주며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최고의 사랑’은 잘 보여준다.

서로 사랑을 확인한 구애정과 독고진은 데이트를 하려 해도 갈 곳이 없다. 어딜 가나 사람들과 기자들이 몰려온다. 김종민과 사귀다 헤어졌던 현영은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숨을 곳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시골의 땡볕에서 양산을 쓰고 마주보고 있는 게 고작이다. 거기에다 독고진은 심장이 고장나 있다. 죽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최악의 사랑’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 상황을 최고의 사랑으로 피워내고 있다. 톱스타지만 ‘찌질했던’ 독고진이 너무 멋있는 사람으로 변해있다. 구애정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의 심장수술과 죽음 가능성을 흘렸다. 독고진은 구애정에게 “너만 힘들게 두고는 갈 수 없다, 비싼 날 팔아라”고 말한다. 코믹한 차승원이 심각해졌지만 별로 어색하지 않다. 이미 시청자들은 독고진에게 감정이입이 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들의 사랑은 ‘최고의 사랑’이 돼가고 있다.

서병기 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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