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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삭 의사부인 살해사건…친정 아버지 눈물의 나날......“딸은 157일째 냉동고에…恨 풀려야 장례”
“딸과 외손주를 장례식장 냉동고에 보관한 지 157일 됐습니다. 어서 진실을 밝히고 장례를 치러주고 싶습니다.”
지난 1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의 사망자 박모(29) 씨의 시신은 아직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박 씨의 아버지 창옥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위 측에서 해외에서 법의학자를 불러 온다는데 증거품 중 하나인 딸의 시신이 있다면 진실을 가리기 더 좋지 않을까 싶어 보관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진실이 밝혀져 딸과 외손주의 영혼을 위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딸의 시신 하루 10여만원 들여 냉동보관 중” =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자택에서 만난 박 씨와 부인 이 씨는 내내 어두운 표정이었다.
“빨리 이 사건을 잊기 위해 딸의 결혼사진, 가족사진까지 49재 때 다 내다버렸다”는 이들은 정작 딸의 시신은 장례도 못 치른 채 하루 10여만원의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냉동보관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지난 3월께 제반 증거를 통해 남편 백 씨가 만삭의 아내를 목졸라 살해했다는 혐의를 잡고 그를 구속기소한 바 있다. 그러나 백 씨 측은 공판을 앞두고 오스트리아에서 법의학자를 불러오기로 했다.
검찰 측은 백 씨 측이 해외 법의학자를 부르기로 한 데 대해 1995년 치과의사 모녀사건을 벤치마킹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에도 해외 법의학자의 의견이 주요 증거로 채택돼 1ㆍ2심을 뒤엎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끌어낸 바 있기 때문이다.
▶ “검찰이 새로운 증거 잡았다더라. 진실 꼭 밝혀져야…” =박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위가 평소 예의바르긴 했지만 가정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나 여성을 아끼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 씨 역시 “딸이 자주 사위의 게임중독 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상담했지만 ‘남편 기를 살려주는 게 아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딸이 ‘남편이 게임에 집중하고 있을 때 뭐라 하면 굉장히 화를 낸다’고 할 때도 ‘서로 화나면 참아라. 남자 화날 때 안 무서운 사람 어딨느냐’고 했는데…”라며 울먹였다.
자영업을 하며 몇몇 기업체를 운영하는 박 씨 부부에게 이번 재판은 돈문제와 관련 없는 진실찾기 공방이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진실찾기에만 몰입할 뿐, 민사소송 등 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돈 문제가 아니라 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재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씨는 “최근 검찰에서 백 씨 몸의 상처 등 새로운 증거를 찾았다고 하더라”며 “사건이 난 지 160일째 되는 오는 23일이 공판기일이다. 어서 진실이 밝혀져 딸과 외손주를 분리수술해 각각 장례를 치르고 천도제를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재현 기자/madp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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