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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글로벌 소싱의 투 트랙 전략…바나나에서 페라가모 명품 향수까지
대한민국 경제의 글로벌 행보를 느끼고 싶다면 대형마트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대형마트의 글로벌 소싱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신토불이’로 대표되는 신선식품은 물론 대형마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최고급 수입명품까지 줄줄이 매장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토불이’는 옛말…신선식품도 다국적 각축장=고물가 시대에 ‘신토불이’만 고집한다면 며칠 못 가 금세 밥상이 부실해지고 월급봉투가 텅 비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고등어, 삼겹살 등 대표적인 서민 식품마저 서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외국물’ 먹은 신선식품들이 줄줄이 구원투수로 나서게 마련이다.

이마트는 지난 16일부터 러시아 연해주산 활대게를 시중가의 절반 가격 선인 2만1800원에 내놨다. 국내산 대게가 끊길 무렵 찾아온 러시아산 활대게는 이마트가 러시아 선사와 직접 계약을 한 덕에 조업한 지 5일 만에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할 수 있게 됐다.

홈플러스는 ‘금(金)겹살’ 파고를 넘기 위해 프랑스 등지에서 직수입한 삼겹살을 연일 100g당 850원이라는 파격가에 선보였다. 지난달 영국 테스코 그룹과 공동 소싱으로 칠레산 키위를 뉴질랜드산 키위보다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홈플러스는 해외 직수입을 통해 업계 최저가 수준의 바나나와 파인애플 등도 내놓았다.

대형마트들의 신선식품 직소싱 경쟁은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뛰고, 일본 원전 사태로 고등어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물가 상승이 계속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기존 수급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바람에 글로벌 소싱으로 눈을 돌리며 노르웨이 고등어 등 새로운 대체상품을 연이어 선보인 것.

돼지고기 등 물가 상승세는 올여름을 넘어서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대형마트 신선식품의 다국적화도 한동안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명품 특가전의 비밀은 ‘병행수입’=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볼 수 있었던 콧대 높은 명품도 어느새 ‘서민의 장터’인 대형마트에 살짝 발을 들여놨다. 이마트는 지난 9일부터 페라가모와 랑방, 버버리, 불가리 등 4개 명품 브랜드 향수 19종 3만3000여개를 판매한다. 대형마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에 걸맞게 시중가보다 30~50% 낮은 가격에 내놨다.

홈플러스는 일부 점포에 아예 명품 편집숍을 마련했다. 홈플러스의 명품매장은 코치 핸드백을 40~6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 롯데마트 역시 월드점 등 일부 매장에 명품 편집숍을 열고 구치, 프라다, 팬디 등 10여개 명품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가격은 시중보다 10~20%가량 저렴하다는 게 롯데마트 측 설명이다.

대형마트가 명품을 반값에 가까운 파격가에 선보일 수 있는 비밀은 ‘병행수입’이다. 병행수입은 국내 공식 판매법인을 통하지 않고 해외에서 직접 상품을 조달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유통단계를 줄일 수 있어 값비싼 명품도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의 말이다.

대형마트들은 대부분 병행수입이란 우회적인 상품공급 루트를 선택하고 있다. 덕분에 외국에서 직접 제품을 들여와 싼 가격으로 명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같은 병행수입이 바로 ‘대형마트표’ 명품을 탄생시킨 1급비밀이다.

<도현정 기자 @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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