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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디형 아이돌’ 혹은 ‘아이돌형 인디’라는 가능성…몽구스, 야광토끼 만나다

당장 아이돌이 춤추며 불러도 ‘딱’이다. 악기와 편곡만 살짝 손보면.

‘나 인디야’ 하며 심각하게 거들먹거리지 않는다. 흥 난다. 입에, 귀에 쩍쩍 달라붙는다. 이 정도면 사춘기 접어든 13살 난 우리 조카도 춤추게 할 수 있다. 90년대 댄스 가요 느낌도 스치니 영화 ‘써니’ 속편에 삽입돼도 괜찮겠다. 이들에게서 강수지나 노이즈가 연상됐다는 이들도 있다. 요즘 같은 때 이런 음악을 만든 야광토끼와 몽구스가 서식하는 홍익대 앞의 음식점으로 지난 14일 밤 그들을 불러냈다.

야광토끼(임유진ㆍ여)는 얼마 전 첫 정규앨범 ‘Seoulight’를 내놨다. 90년대 가요와 프렌치팝을 섞은 듯한 달달한 멜로디와 가사가 통통 튀는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만나 새콤달콤하다. 사랑에 빠진 소녀 하나가 음반 안에 산다. 특히 후렴구 후크(hookㆍ청자를 잡아끄는 반복 멜로디)가 발군.

3인조 밴드 몽구스(보컬ㆍ건반-몬구, 기타-샤드, 드럼-링구)는 최근 정규 4집 ‘Cosmic Dancer’를 발매했다. 복고적인 키보드와 록킹한 기타 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댄스 플로어를 열고 친근한 멜로디가 청자를 꼼짝 못하게 한다. 간혹 랩까지 나오니 90년대 댄스 음악도 안 부럽다.

둘은 서로 일면식도 없지만 자리에 앉기도 전에 화학 반응이 일어났다. “음반 정말 좋더라” “친하게 지내자”며 전화번호 교환하고 맞팔(트위터 서로 팔로어하기)한다. 기자는 이따금 소외됐다. 그래도 둘이 ‘야광 몽구스 만들어 공연하자’며 신난 걸 보니 뿌듯하다. 기자는 거들 뿐. 인디와 아이돌, 90년대 가요와 80년대 아날로그 신서사이저 얘기가 술술 풀려나온다.

-‘인디형 아이돌’이라 불러볼래요.

▶몬구(이하 ‘몬’):완전 칭찬인데요. 이번에 지누(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작ㆍ편곡자이자 전 롤러코스터 기타리스트) 씨와 함께 프로듀스한 것도 대중 지향적인 음반을 만들기 위한 거였죠. 1번 곡 ‘Cosmic Dancer’ 가사에 나오는 ‘뒤돌아보지 않는 용기,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젊음’, 이게 저희 모토예요. 청춘의 음악!

▶야광토끼(이하 ‘야’):저희 친구들이 “야, 야광토끼 이거 아이돌 노래 같다. 근데 너보단 아이돌이 부르면 좋겠다”더라고요. 저도 동감해요. 칭찬 같아요. 노래는 아이돌만큼 못 부르니까 그것도 동의.

▶몬:야광토끼는 후반부에 90년대 아이돌 같은 멜로디와 분위기 났어요. 창법도 그렇고.

▶샤드(이하 ‘샤’):‘바람아 멈추어다오’의 이지연 씨가 2011년에 앨범 내면 딱 야광토끼 음악일 것 같아요.

-몽구스에서도 90년대 노이즈, 잼이 느껴져요. 펫숍보이즈도.

▶몬:저 노이즈, 서태지 들으며 자란 세대예요. 랩도 발음 안 굴리고 정직하게 뱉는 그때 랩이 더 멋있는 것 같아서 저희도 그렇게 했어요. 로맨틱한 댄스 음악이면 누구나 펫숍의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야:제 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몽구스는 좀 더 남성적인 젊음의 혈기가 느껴져요. 제 건 상대적으로 여성적.

-부모님 반응은?

▶야:어머니도 “따라부르기 쉬워 좋다”, 아버지는 “어따 팔 거냐?” 팬들은 “밤에 들어야 좋아서 야광토끼인가요?” 강수지 하수빈 생각난다는 팬들도 있고.

▶몬:밤이라…. 야광토끼 들으며 서울의 불빛을 떠올렸어요. 앨범 제목 ‘Seoulight’가 저희 곡 ‘서울의 밤, 청춘의 밤’ ‘Seoul Saram’과 통해요.

▶야:맞아요! 저도 몽구스 들으며 그 생각 했어요.

-가장 영향받은 뮤지션은?

▶야:프랑스 록밴드 피닉스(Phoenix).

▶몬:나 이럴 줄 알았어. 저희 셋이 같이 좋아하는 거의 유일한 밴드인데.

▶야:제1번 곡 ‘Long-D’에 특히 피닉스 느낌이 묻어 있어요.

▶링구(이하 ‘링’):이참에 그냥 ‘야광 몽구스’로 합쳐요.

▶몬:마빈 게이, 사랑과 평화, 듀스도 좋아요.

▶링:프린스, 그리고 엄정화.

▶샤:노이즈, 잼을 좋아해서 노이즈 음악 들으면 나오는 ‘뿅뿅’ 대는 구식 샘플 소리를 어떤 악기로 낸 건지 수소문해 알아내기도 했어요.

-솔직히 말해주세요. 요즘 아이돌 음악은 어때요?

▶야ㆍ링:좋아해요. 발전 많이 한 것 같아요.

▶몬:편곡이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예를 들면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는 우리 멤버들 모두 좋아하는데 편곡과 사운드가 끝내줘요. 사람들이 그만큼 원하기 때문에 많이 팔리는 것 같아요.

▶야:2NE1. 끼가 많잖아요. 전 그게 없거든요.

▶몬:소녀시대! 저는 멤버가 아니라 그들의 곡이 좋아요.

▶샤:아이돌과 많이 작업한 지누 씨한테 물어봤는데 그들 중에 인디 음악 마니아도 있고 가창력과 작곡 실력이 정말 수준급인 친구들도 꽤 있다더라고요.


▶몬:솔직히 밴드는 게으른 친구들도 있어요. 아이돌은 프로 의식이 정말 대단해요. 인디 밴드도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링:기회가 왔을 때 기회를 잡는, 쉬지 않고 달리는 프로 의식.

▶야:아이돌이 비주얼로 압도한다면 인디는 라이브 연주의 ‘포스’로 그걸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더욱 노력할 작정이에요.

-아이돌이 곡을 의뢰한다면 어떡할 건가요?

▶야:다른 사람을 위해 곡 주는 것, 얼마든지 좋아요.

▶몬:당연히. 동감.

▶샤:아이돌도 몇몇 작곡가가 다 만들다보니 이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참신한 음악을 찾아서.

-‘나는 가수다’가 화제인데 어때요?

▶야:프로그램 자체는 너무 좋은데 순위 매기는 건 필요치 않아 보여요.

▶몬:가창력은 저희 정도면 충분하다고 봐요.(웃음)

▶링:몸이 분 채로 공식 석상에 나온 케이트 윈슬렛이 그랬대요. 몸매를 기대한다면 모델을 찾아가라. 나는 배우다.

<임희윤 기자 @limisglue> im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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