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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사상 첫 민간소비 추월…한국경제 ‘수출 패러독스’
대기업 해외서 벌어들인 돈

투자·고용보다 쌓아놓기만

민간 삶은 갈수록 팍팍해져

절름발이성장 양극화 심화



수출이 느는 건 좋은 일이다. 밖에서 돈 벌어오는 효자 아들이다. 근데 부모 형제 자매 모두 배고프다. 집안에 푸는 돈 없이 자기만 배부르다. 지금 한국 경제가 그 모양이 됐다. 수출 패러독스다. 수출이 한국경제를 이만큼 키웠지만 한쪽 바퀴만 커진 불구형 수레로 만드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미 굴러가는 모양새가 곱지 않다. 쿨렁거린다. 1960년대 시작된 ‘한강의 기적’이 50년 만에 부딪힌 현실이다.

빠르게 증가한 ‘해외 수출’이 처음으로 ‘민간소비’를 앞질렀다. 하지만 민간소비가 수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문제다. ‘수출’과 ‘민간소비’의 불균형은 결국 ‘해외 의존’과 또 다른 ‘양극화’를 유발한다.

▶수출이 민간소비 첫 추월=1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민계정상 올해 1분기(1~3월)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은 계절조정 실질 기준 139조2163억원으로 가계의 민간소비(137조886억원)를 역전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2%로 절반을 넘었다. 국민계정상 GDP를 구성하는 항목 중 가장 막내였던 수출이 정부 지출과 투자를 차례로 제치고 이제는 민간소비까지 따라잡은 것이다.

▶‘수출’과 ‘내수’ 균형성장해야=수출 주도형 성장이 경제의 파이를 키워 국민의 소득과 생활 수준을 크게 향상시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수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절름발이 성장’일 뿐이다.

지금 수출이 심장이라면 내수는 혈관이다. 불안한 내수에 지나친 무역의존도는 최악의 경제구조다. 대외변수에 경제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는 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내부잉여로 쌓아둘 뿐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협의회가 10대 그룹 상장 계열 72개사를 분석한 결과, 작년 말 현재 유보율은 평균 1219.45%다. 2009년 말 1122.91%보다 96.54%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유보율은 번 돈을 얼마나 쌓아두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대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을 투자와 고용에 쓰기보다는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지 않으면서 내수를 진작할 각종 제도 개선책을 준비 중”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조세제도를 활용한 이전지출을 통해 저소득층을 지원하고, 내수와 직결된 서비스업 선진화를 꾸준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KDI 신석하 팀장은 “우리나라처럼 소규모 개방경제가 성장을 계속하려면 수출을 포기할 수 없다”며 “다만 내수 진작도 병행돼야 하므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배구조를 개선하고 서비스업 생산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지웅ㆍ조현숙 기자/goa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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