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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만의 소득감소, 제2 경제대란 시작
지난 1997년말 한국경제를 침몰시킨 외환위기보다 심한 경제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부동산 시장은 ‘백약이 무효’라 할 만큼 침체를 지속하는 등 경제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8일 한국은행은 올 1/4분기 실질 국민소득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경제가 총체적 난국으로 빠져드는 가운데 이를 관리할 리더십이 저축은행 사태와 반값 등록금 시위 등으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임기 막바지를 맞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도 고조돼 위기관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다.

▶실질 국민소득 2년만에 감소...체감경기 악화=올 1/4분기 국민총소득(GNI)은 2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국내총생산(GDP)이 전기대비 1.3% 증가해 명목상 경제는 성장했지만, 고유가 등의 여파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1년 1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3%, 작년 동기 대비 4.2% 성장했다. GDP가 증가한 것은 제조업이 전기대비 3.1% 성장한 데 크게 영향을 받았다. 반면 건설업은 전기대비 6.1%, 농림어업은 4.5% 각각 감소했다. 큰 폭의 감소세다. 서비스업은 1.2% 증가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실질소득은 전분기보다 0.1% 감소, 지난 2009년 1분기의 0.2% 감소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었다. 실질소득은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와 해외에서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은 국내 경제의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벌어들인 것보다 많은 재화를 원유수입 등을 위해 해외에 지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국민들의 체감경기와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가계부채 1000조원...갚을 능력은 점점 고갈=이처럼 국민소득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빚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할 정도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부채 잔액은 지난 1분기 8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지만,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한다.

한은이 집계하는 가계부채는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금과 판매신용 금액(카드 외상구매)을 합한 것으로 순수한 가계신용이다. 하지만 한은의 가계부채 집계에 잡히지 않지만, 실질적인 가계부채라 할 수 있는 자영업 등 소규모 개인기업 및 중소기업의 부동산 담보대출금 등을 합하면 총 가계부채는 1000조원으로 추산된다.

부채가 늘어나더라도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부동산 등 자산이 늘어나 상환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은 그렇지 않다. 실질 국민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고, 국민들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물가는 치솟고, 등록금과 각종 공과금은 더욱 늘어나면서 부채 상환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도 이러한 문제의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부채상환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면 가계부채의 점진적인 축소조정을 저해해 가계부채 문제가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약계층-자영업자부터 위기 시작=경제위기는 항상 취약지역 또는 주변부로부터 시작된다. 주변부 취약지역의 잇따른 파산으로 인한 부담이 중심 부분을 압박하기 시작할 때 경제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때문에 한국경제의 약한 고리가 터졌을 때 신속하고 과감하게 대응해 위기를 돌파하는 리더십과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적 참여가 필요하다. 이른바 위기는 ‘감염성’이 강한 만큼 초기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미 주변부가 침몰하고 있음에도 이렇다할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PF(부동산 파이낸싱) 부실로 인한 파장이 저축은행을 덮친 것은 단적인 예다. 사실 부동산 PF에는 저축은행만이 아니라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돈을 댔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한 저축은행이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가계부문에서는 서민계층과 자영업 가구가 특히 취약하다. 자영업 가구는 경제부진의 영향을 가장 먼저, 가장 심각하게 받게 돼 있다. 더구나 최근 수년간 몰아친 취업난과 조기퇴직 바람으로 자영업 가구가 크게 늘어났지만, 대부분 적지않은 부채를 갖고 있는 반면 10명 중 8명 이상이 적자를 보는 등 심각한 상태다.

최근 한은의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 가운데 부채를 갖고 있는 가구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중은 106%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았다. 자영업자는 장사가 안되면 소득도 없지만, 금융기관 이자는 휴일에도 늘어나 이들을 압박한다.

때문에 지난 1990년대 말에는 대외부채로 인한 외환위기가 경제를 파산시켰지만, 이제는 대내부채 급증과 경기침체로 인한 위기가 내부로 부터 몰아칠 것이란 진단이다. 이런 내부 위기가 현실화된다면 고통은 더욱 길고 심할 전망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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