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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까지 살아남아야 진짜 프로
프로무대는 냉정하다. 못해도 3년, 4년씩 다닐 수 있는 중고교나 대학교와는 다르다. 자신에게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고, 왔을 때 잡지 못하면 기회는 다른 선수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어도,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해 밀려난 뒤 다시 일어서지 못한 ‘미완의 대기’ ‘비운의 선수’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반대로 기약 없는 2군생활, 후보생활을 수년간 참아낸 뒤 꽃을 피운 선수도 있다. 7년간 땅속에서 비상을 꿈꾸는 매미처럼….
최근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투수 서동환과 KIA 타이거스의 투수 차정민이 화제다.
이들은 모두 2005년 프로에 데뷔해 벌써 7년차지만, 올 시즌 전까지 이들은 철저한 무명선수였다. 하지만 서동환은 선발진이 무너진 팀 사정상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올린 김경문 감독을 놀라게 하며 강호 SK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차정민 역시 중간계투로 짭짤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서동환은 2차례 수술을 하는 등 지난 6년간 제대로 뛴 경기가 많지 않았다. 6년간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참고 기다렸고, 마침내 찾아온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들의 예를 거론한 것은 최근 축구계를 강타한 승부조작과 선수매수 논란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매수 혐의를 받은 선수 중에는 국가대표도 있고, 한때 각광을 받았던 유망주도 있다. 현재 1부 리그에서 뛰는 선수도 있고, 낮엔 일하고 밤에 볼을 차야 하는 3부 리그 선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순간의 검은 유혹을 이겨내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했고, 본인은 물론 동료ㆍ선후배들마저 따가운 시선 속으로 내몰았다. 형편이 어렵다고 승부조작에 가담할 수 있는 명분이 주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 역시 이런 일에 가담하면서,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수까지 생겨나는 최악의 사태로 번져가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선수생활이 잘 풀리지 않아서, 혹은 암담한 하부 리그 생활에 지쳐서, 혹은 당장 눈앞에 놓인 돈에 혹해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스포츠의 존재 이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돈으로 승부를 바꿀 수 있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선수생활을 돈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면 그들은 그라운드에 서지 않았을 것이다. 땀 흘린 만큼 인정받고, 성적만큼 대우받는 프로축구였기에 자신의 청춘을 바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고통을 참아내며 프로선수가 된 뒤,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만 것이다.
다시 프로야구로 돌아가보자.
서동환, 차정민에게도 1년, 1년이 기나긴 암흑이었고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이었다. 최소연봉 받으며 아무도 보지 않는 2군 무대에서 1년을 버텨내면, 똑같은 1년이 기다리는 기간이 무려 6년이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포기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들은 야구라는 꿈을 부여잡고 1군에 설 날을 위해 모든 고통과 훈련을 이겨냈고, 결국 다시 꿈의 무대에 섰다. 이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술이나 마시고 장사나 하자’는 친구가 있었을 수도 있고, ‘희망도 없는데 그만두라’는 가족의 권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로선수는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말하는 것이다. 살아남은 선수만이 프로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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