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한날 한 장소에서 북한 어르고 달래기에 함께 나섰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비공식 접촉을 폭로하고, 대남 도발 경고 메세지를 연이어 내보내는 가운데, 미ㆍ중 양국이 동시에 북한의 도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경고장을 함께 보낸 것이다.
6일 싱가포르에서 폐막한 아시아안보회의 ‘샹그릴라 대화’는 북한의 최근 동향이 최우선 관심사였다. 김정일이 베이징에서 돌아온 직후 남북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하고, 3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가 “지금 이 시각부터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군 부대들은 역적무리를 일격에 쓸어버리기 위한 실제적이고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도발 가능성을 암시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다시 높아지고 있는 데 따름이다.
이번 회의에서 미ㆍ중 양국은 북한의 대남 도발 억제를 통한 한반도 평화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6자회담 재개 및 장기적인 한반도 평화 구축 같은 중장기적 과제보다는, 눈 앞의 북한 도발을 막는 것이 시급한 과제임에 인식을 공유한 셈이다.
미ㆍ중 양국의 역활 분담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국은 북한 달래기에, 중국은 경고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에게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미ㆍ중 양국의 대북 억지력을 극대화 한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게이츠 미국 국방 장관이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에 관심이 없으며, 북한을 불안정하게 만드는데도 관심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량광례 중국 국방부장이 “우리는 북한이 어떠한 모험도 하지 말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공개 언급한 것에 특히 주목했다.
우선 미국은 북한 정권의 최대 목표인 2012년 김정일-김정은 권력 이앙과 관련, 물리력이나 군사력을 동원해 이를 막을 의사가 없음을 밝힘으로써, 북한의 대남 도발 빌미를 제거하는데 주력했다.
동시에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한국 내 강경한 여론을 언급,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군사적으로 상당한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계속되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 잠재적인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개발 가능성 및 계속되고 있는 핵무기 개발로 북한은 미국에 직접 위협이 되는 과정에 있다”는 게이츠 장관의 이날 또 다른 발언은 미북 직접 접촉을 위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기존 조건을 재확인 한 셈이다.
중국의 ‘모험 금지’ 발언은 좀 더 직접적인 대북 경고라는 해석이다. 김정일이 지난 달 중국을 방문한 직후 북한이 남북한 사이의 비밀접촉 과정을 공개하고 남측과의 대화 단절을 선언하는 등 한반도 긴장 고조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표현했다.
외교가 한 관계자는 “중국이 대북 심리전과 ‘김일성ㆍ김정일 사격 표적지’ 등을 이유로 보복을 공언하는 북한에 추가적 모험을 삼갈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하는 한편 남한에는 북한의 공세에 휘말리지 말고 냉정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관리해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안현태ㆍ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