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6일 한국정부에 청구한 아그레망(주제국 임명동의)이 통과되면, 한미 수교 129년만에 한국계 미국인이 미국 대표로 한국대사로 근무하게 된다.
성김 내정자는 한국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2006년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다시 2008년 부터는 미국의 6자회담 대표로 활약하면서 남과 북을 ‘내 집 드나들 듯’ 오갔다. 특히 2008년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이벤트를 막후에서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성김 말이라면 북한에서도 통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신이 주도한 폭파 이벤트를 북한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가 최고 적임자라는데에는 외교가에 이견이 없다.
부친이 암으로 투병할 당시, 1년 가량 휴직계를 내고 병간호를 할 정도로 지극한 효심, 지금도 한국인 부인, 그리고 자녀들과 집에서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는 한국적인 마인드, 하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철저하게 미국 외교관으로 사고하고 말하는 자세까지 한미 모두에게 그는 소중한 인적 자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나 11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미국에서도 잘 나가는 외교관이 되는 데는 부친의 영향이 절대적이였다. 성김 특사의 부친인 고(故) 김재권씨는 1973년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에 근무했다. 당시 주일공사였던 김재권씨가 미국으로 이민 간 것도 이 사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3년부터 3년간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민 이후 한국 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이민 1.5세대의 ‘코리안 아메리칸’이 미국 사회의 주류로 성장해 주한 미국대사로 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면서 “새롭게 격상된 한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가에서는 지난 2003년 주한 미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정치ㆍ군사업무를 맡아왔다는 점에서 주한미군과 동맹 재조정 등 한미동맹과 관련한 어려운 현안들도 매끄럽게 조율할 것으로 기대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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