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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적합업종 선정작업 기싸움…주요부문 大-中企 입장차
중소기업 적합업종ㆍ품목 선정을 위한 검토작업이 시작됐다. 선정기준을 만드는 작업은 물론 선정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 말처럼, 업종과 품목 하나하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양보하기 어려운 분야들 투성이다.

동반성장위는 이달부터 8월까지 두 달 동안 업종ㆍ품목별 실태조사를 거쳐 선정기준을 만들게 된다. 이어 실무소위원회의 심사와 본위원회의 심의가 완료되는 대로 업종ㆍ품목이 발표된다.

118개 중소기업 관련 단체와 조합들은 이번에 제조업 분야 129개 업종 234개 품목을 신청했다. 표준산업분류(2단위)로는 24개 업종 중 제조 분야 21개 업종이다. 신청요건이 미흡하거나 중복되는 업종이 있어 검토 결과에 따라 품목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일단 두부, 탁주, 된장, 콩나물 등 식품 분야에서부터 금형, 자동차제조부품, 데스크톱PC, 정수기, 원두커피, 폐쇄회로카메라, 내비게이션, LED조명등, 금형, 레미콘 등 해당 업종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일부 대기업은 현행 사업의 절반 이상이 적합업종 신청 범위에 포함돼 공황상태다. 이들은 무리한 적합업종ㆍ품목 지정이 관련산업 자체의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라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특히 적합 품목보다 범위가 더 넓은 적합업종 선정에 대해 반발이 심하다. 대기업들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빼앗는 꼴”, “해당 분야 외국 대기업의 국내 진출에 속수무책”, “대기업 역차별”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두부, 탁주, LED조명, 정수기, 레미콘 등의 분야는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대기업으로 성장한 회사가 많아 반발이 더욱 거세다. 중소기업 범위와 중소기업 적합성, 대기업 위탁생산(OEM) 여부 등의 기준 마련도 쉽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업종들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사업기반을 접으라는 얘기”라며 “중소기업이 잘하는 시장에 대기업의 진입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적합업종이라는 게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지만 대기업들이 무자비하게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 역시 선진국에는 없다”며 산업생태계 건강성 측면에서 대ㆍ중소기업의 협력적 동반성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적합업종으로 선정해 달라고 신청이 들어간 업종들 가운데 핫 이슈가 되고 있는 5개 업종 품목을 골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을 들어봤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두부

大 “판두부도 규모 커”

中 “소규모 내수상품”


적합업종 선정을 앞두고 두부 사업을 펼쳐온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대립이 극단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중소업체와 대기업 간 첨예한 대립의 배경에는 두부 시장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측은 “두부는 철저히 내수 상품이고, 총 업체 수(1600여개)에 비해 시장규모도 4500억원 수준으로 작기 때문에 대기업의 진출이 부적절한 분야”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대기업은 판두부와 포장두부 시장이 분리돼 있고, 두부도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해외로 뻗어나가는 식품이기 때문에 대기업 진출이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판두부 시장도 규모가 작지 않고, 포장두부와 달리 중소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시장인데 왜 무조건 대기업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하느냐”고 항변했다. 대상 관계자도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일에 대기업들이 앞장서 왔는데, 이제 와서 대기업이 빠지면 한식 글로벌화를 중소기업이 어떻게 담당해 나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두부의 적합업종 선정 여부는 중소업체들 못지않게 대기업도 생존권을 놓고 사활을 벌이고 있는 쟁점이다. 30년 가까이 두부 시장의 선두를 지켜온 풀무원은 두부가 회사 매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적합업종에 포함된다면 회사의 명운이 갈릴 수도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1984년 설립 당시 수천개의 두부 제조 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던 풀무원이 혁신과 기술개발을 통해 30년 가까이 성장하면서 시장을 끌고 왔다”며 “이제 와서 그 공로를 무시하고 대기업이니 나가야 한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의 최선윤 회장은 “소비자는 대기업, 중소기업 가려가며 두부를 고르는 게 아닌데도 대기업 점유율이 50%에 달해 중소업체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회 측은 특히 두부시장에서의 대기업 퇴출은 물론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입점 수수료 등 중소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까지 없애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


LED조명

大 “핵심기술 있어야”

中 “다품종 소량제품”


중소업체들이 30~40년 이상 지켜온 조명 시장도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조명 제품의 디지털화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출시되면서 삼성LED, LG전자, 한화,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LED조명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루미리치 파인테크닉스 등 중견 조명업체들은 대기업이 조명 시장에 뛰어들면 중견 업체들은 고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조명에서 원자재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인데, 삼성이나 LG 등 대기업은 원가 그대로 공급받을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만원대 저가 LED전구가 출시된 것도 이들이 칩을 계열사로부터 싸게 공급받아 가능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조명 사업의 특성상 LED조명은 중소기업에 맞는 품목이라는게 중견업체들의 주장이다. 조명은 각 공사 현장에 따라 설계가 달라지는 다품종 소량 상품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으로 양적 효율성을 갖춰야 하는 대기업에는 부적합한 업종이라는 것이다.

반면 대기업들은 LED조명이야 말로 대기업이 꼭 진출해야 하는 업종이라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광원과 조명 등기구 등이 따로 구분돼 조명업체가 광원 공급 칩을 사와 조립해 판매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LED조명은 광원과 등기구가 일체화됐기 때문이다.

즉 조명에 광학ㆍ방열ㆍ회로ㆍ재료기술 등의 종합적인 기술 접목이 필요해져 기존 조명 사업과 달리 대규모의 연구ㆍ개발(R&D)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핵심부품인 LED는 반도체 사업으로 대규모 투자와 고난이도의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핵심부품을 외부에서 조달해 조립하는 방식으로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논리다.

실제 글로벌 시장 역시 필립스, 오스람, GE, 샤프, 도시바, 파나소닉 등 메이저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필립스나 오스람은 국내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따라서 외국 조명업체들의 러시에 대응하지 못하면 국내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게 대기업의 논리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막걸리

大 “고급 품질로 세계화를”

中 “영세업체 도산 불보듯”


#1. “대기업이 막걸리 장사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판촉물 행사와 광고 공세를 펼친다면 중소기업은 정말 끝장입니다.” (A막걸리 관계자)

#2. “막대한 자금을 들여 설비를 갖췄는데 이제 와서 사업을 접으라는 것입니까. 막걸리 세계화가 시급한데 오히려 발목을 잡으려 하니 걱정입니다.” (대기업 C사 임원)

막걸리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둘러싸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막걸리를 하루빨리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선정해 자금과 조직을 앞세운 대기업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도 인근에 위치한 A막걸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 대기업이 식당과 대형마트를 순회하며 판촉물 행사를 벌인 뒤 매출이 곤두박질친 적이 있다”며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보호하지 않을 경우 수십년간 막걸리 사업을 가업으로 삼아온 중소업체들이 대부분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납품업체로 전락하거나 경영난에 밀려 문을 닫는 불행한 사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A사처럼 막걸리를 판매하는 중소업체는 전국에 걸쳐 줄잡아 800여곳. 연매출 1억원을 밑도는 경우가 절반을 웃돌 정도다. 대기업이 싹쓸이 판촉에 나설 경우 줄도산이 불을 보듯 뻔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걸리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신청에 대해 대기업들은 격하게 반발한다. 그동안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생산시설을 설치했는데 이제 와서 발을 빼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와인을 글로벌 술로 키운 프랑스나 사케로 유명한 일본 등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를 이루며 세계적인 술로 발전시켰다”고 주장하면서 막걸리가 세계화되려면 품질 고급화 안전화, 유통 글로벌화 등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막걸리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은 오리온과 진로, 보해 등 4~5개사에 달한다. 보해의 한 임원은 “그동안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며 고유업종을 지정 운영했지만 오히려 경쟁력은 후퇴하고 중소기업은 몰락하는 폐해를 낳았다”며 ”이번 막걸리의 중소기업 고유업종화가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다”는 말로 우려감을 표시했다.

최남주ㆍ정태일 기자/calltaxi@heraldcorp.com


정수기

大 “신규 장벽은 부당”

中 “문어발 확장 부담”


정수기는 공급방식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수기 시장 판도가 일반 판매에서 대여 방식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업체들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막무가내식 판로 확장에 사세가 기울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이나 중견 기업들은 대여 시스템 도입으로 정수기 시장 자체를 키웠다고 맞서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정수기 사업으로 대기업 반열에 오른 웅진기업 등의 퇴출을 요구하기보다는 신규로 진입하려는 대기업 및 중견 기업을 막아달라는 입장이다. 이들 기업 역시 기존에 형성된 대여 방식으로 정수기 사업을 할 게 뻔한데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중소업체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정수기 중소업체들은 2006~2007년부터 마진율이 감소하면서 지금은 제로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관계자는 “우리도 렌털을 시도하고 싶지만 마진율 감소로 자금력이 받쳐주지 않아 엄두가 안 난다, 더욱이 대기업처럼 홈쇼핑 등 마케팅도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웅진그룹 등 정수기로 성장한 대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낀다고 항변한다. 정부가 생각하는 중기 적합품목은 재벌그룹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분야가 타깃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정수기 자체가 품목이 되는 것은 경영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LG전자처럼 이제 막 정수기 사업에 진출하는 대기업은 더욱 신경 쓰이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해 물 이슈가 커지면서 정수기가 글로벌 제품이 된 가운데, 해외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적합품목이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국제적인 기준에 의거해 제품을 개발하고 이에 대응해야만 향후 국내시장을 지킬 수 있는데 이는 대기업에서 해줘야 하는 역할이고, 바로 정수기 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조문술ㆍ신소연ㆍ정태일 기자/killpass@heraldcorp.com


레미콘

大 “시장 제한 역차별”

中 “대형사 독점 모순”


레미콘산업을 둘러싼 구조는 시멘트 제조사 및 계열 레미콘사, 레미콘 제조 중견기업 및 중소기업, 건설사다. 3자 간 불신의 벽은 두껍고 공급가격 문제를 놓고 감정대립까지 잦은 편이다.

관련 협회도 유진기업, 삼표, 동양메이저, 삼표 등 11개 대기업 형태의 한국레미콘공업협회와 750여개 지역별 중소기업단체로 구성된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로 양분돼 있다. 이번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도 이런 대립과 반목의 연장선이다. 특히 시멘트업체 계열 레미콘사, 중견 레미콘사, 중소 레미콘사 3자 간 입장도 제각각이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품목으로 지정된 레미콘에 대해 레미콘협회는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공고무효확인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이의 결정을 받아냈다. 따라서 2011년도 조달청 입찰공고가 취소돼 레미콘 중소기업들의 공공조달 납품길이 막혔다.

시멘트업체들은 지난달부터 공급가격을 t당 6만7500원으로 올렸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 레미콘업체에는 시멘트 공급을 중단했다.

이 밖에 건설사를 상대로 한 레미콘 제조사와 시멘트 제조사의 공급가격 협상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시멘트업체 역시 공급자 입장이면서도 레미콘업체에 대해서는 갑(甲)이다. 결국 가격변동 충격은 레미콘업체 중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레미콘조합연합회 강문혁 이사는 “대형 1군 건설업체 납품은 11개 대형 레미콘사가 독점하고 있고, 공공조달도 막혀 살아갈 방법이 없다”며 “이런 구조에서 적합업종으로 지정받아 5, 6년간 경영 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면 모두 망할 수밖에 없어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시멘트 및 대형 레미콘사들은 중소기업자 간 경쟁품목에 레미콘이 포함되면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레미콘을 납품할 기회를 빼앗겨 위기인 데다 적합업종까지 지정되면 기업군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고 반발했다.

한 대형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LH, SH 등 대규모 택지개발업체 물량은 물론 BTL(임대형 민자사업), BTO(수익형) 물량까지 관수물량 범위에 포함돼 그 비율이 전체 50%로 늘어났다”며 “레미콘 대기업들의 시장참여 제한, 수익성 악화 등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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