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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관적 현실→낙관적 기대…우리 뇌엔 ‘연금술사의 돌’ 있다
“내일은 더 나아질거야” 미래가 과거나 현재보다 더 나아질 것이란 ‘낙관주의 편향’은 몇 해 전만 해도 현실주의자들 사이에서 대책없는 믿음쯤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속속 증명되고 있다. “좋아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억지로라도 웃어야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듯하다.

영국 UCL(University College London) 대학의 탈리 섀롯 교수는 최근 타임 지의 칼럼을 통해 “낙관주의 편향은 인간 진화의 산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섀롯 교수는 낙관주의가 스트레를 줄여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뿐 아니라 진화를 통해 뇌에 각인되면서 컬럼비아의 신대륙 발견이나 전기 발명 같은 기막힌 모험을 감행케 했다고 밝혔다. 그는 9ㆍ11 사태 후 11개월이 지나 진행한 실험결과에서 뉴욕시민들이 사고 당시의 63% 정도만 기억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뇌는 일부분 부정확성을 의도적으로 허락한다”고 말했다.

뇌 기억 시스템의 핵심은 과거의 일을 정확하게 재현하기보다 미래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실(fact)은 지워지고 그 자리에 다른 희망적인 요소가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섀롯 교수는 “인간은 과거를 회상할 때보다 미래를 상상할 때 긍정적인 편향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과거 생일파티를 떠올릴 때보다는 오히려 미래 휴가계획을 세울 때 사람들은 더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대’가 개입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라고 섀롯 교수는 설명했다.


최근 연구들에서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편향을 담당하는 실제 뇌 부위가 밝혀지기도 했다. 섀롯 교수기 직접 진행한 실험연구에서 지원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비관적인 미래와 낙관적인 미래 상상하도록 했다. 그런 후 fMRI로 관찰한 결과 긍정적인 사람일수록 낙관적인 미래를 상상할 때 ‘감정뇌’라 불리는 편도와 rACC 활동이 활발해졌다. 반대로 덜 긍정적이거나 우울증세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이 부분이 덜 활성화됐다. 미래에 대한 낙관주의는 그저 기분이 아니라 신경학적 활동과 연관이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애써 긍정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뇌신경학자 사라 벵슨은 지원자들에게 부정적, 긍정적 기대를 조작하고 뇌를 스캐너로 관찰했다. 실험에서 일정한 과제를 주고 한 그룹에는 ‘똑똑하다, 지적이다’ 같은 단어를, 다른 그룹에는 ‘멍청한, 무식한’ 같은 단어를 사용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긍정적인 단어를 들었을 때 실험과제를 더 잘 수행했다. 뇌도 다르게 반응했다. 긍정 강화 그룹은 실수할 경우 전전두피질의 활동이 강화됐으나 부정 강화 그룹은 이 부분에 반응이 없었다.

긍정적인 기대는 우리의 뇌 활동을 바꾸고 긍정적인 행동을 강화시켜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섀롯 교수는 만일 우리가 “보너스를 받는다”거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을 거야”라고 긍정적인 기대를 갖게 되면 대뇌반구 기저부의 미상핵이 마치 방송국 아나운서처럼 우리 몸 전체에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에 대비하라”고 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머리엔 값싼 금속을 금으로 만들 수 있는 ‘철학자의 돌(연금술사의 돌)’이 있는 셈”이라면서 낙관주의를 끊임없이 유지하는 방향으로 인간은 진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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