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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 미만 영아도 추론한다” MIT 연구진
부모들은 대게 자신의 자녀가 평균보다 똑똑하다고 믿는 ‘워비곤 호수’ 함정에 빠지곤 한다. 설령 자녀의 학교성적이 좋지 않아도 “원래 머리는 좋은데…”라고 믿는 근거는 바로 어릴 적 보여준 자녀의 신통방통한 천재성에 기인한다. 그런데 실제로 아기들이 복잡한 수준의 사고행위인 추론을 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1세 미만의 유아들도 옹알이 수준의 언어 표현에 비해 꽤 고난도의 뇌기능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여서 주목된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인지과학자 조시 테넌바움이 이끄는 연구팀은 12개월 된 영아들을 대상으로 사물의 움직임을 얼마나 인지하고 예측하는지를 실험했다. 예를 들어 물체 네 개가 박스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반복해서 보여준 뒤 잠시 화면을 가렸다가 물체 중 하나가 기존의 움직임과는 반대로 박스 출구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여주는 식이다. 그런 다음 아기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화면을 응시하는지를 측정했다. 아기가 움직임의 불규칙성을 인지했다면 더 오래 화면을 볼 것이란 가정을 한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스펠크 등이 실시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아기들은 더 크게 놀랄수록 대상 물체를 더 오랫동안 응시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물체의 움직임이 예상과 다르다면 아기가 화면을 더 오래 응시할 것이란 가정이 가능한 이유다. 연구진은 물체의 색과 박스 출구와의 거리, 화면가림 시간 등을 서로 달리해 12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험을 진행했다. 즉 이번 실험은 아기들이 물체의 규칙을 이해하고 예상밖의 움직임을 인지하는지 등 추론의 능력을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아기들은 물체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면을 가린 시간이 1초 미만으로 짧을 때는 박스 출구에서 먼 물체의 불규칙한 움직임을 오랫동안 응시했다. 화면을 가린 시간이 길어질수록 출구와의 거리보다는 빨간색 물체처럼 더욱 눈에 띄는 물체의 불규칙한 움직임에만 반응을 보였다. 즉, 아기들은 물체의 규칙을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그에 기반해 다음 물체의 움직임을 추론하고 이와 다르게 물체가 움직였을 경우를 알아차린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아기들이 불규칙한 움직임을 응시하는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는 컴퓨터 모델도 개발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세 미만 영아의 인지기능을 양적으로 측정한 첫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테넌바움 박사는 “아직 영아들의 인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이론화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영아들의 인식을 수학적인 측면에서 묘사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27일 사이언스지에 발표됐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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