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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군 발표에도 커져만 가는 ‘고엽제 4대 미스터리’
주한 미 8군사령부가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헬기장 인근에 1978년 화학물질 등이 매몰됐고 1979~1980년 어디론가 옮겨져 처리됐다고 발표한 가운데 고엽제(일명 에이전트 오렌지)로 추정되는 그 화학물질이 어디로 옮겨져 어떻게 처리됐는지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전례없는 신속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미군 측이 고엽제 파문을 우려해, 축소ㆍ은폐에 나선 것 아니냐며 의혹에 찬 시선을 던지고 있다. 미군이 정말 퇴역 주한미군의 폭로가 있기 전에 고엽제 매몰 사실을 몰랐는지, 왜 화학물질 이름을 명시하지 않았고 막연히 ‘다른 지역에서 처리’로만 기록했는지, 묻었다가 옮겨서 처리한 배경은 무엇인지 도무지 의문점 투성이기 때문이다.

▶미, 사전에 알고 있었나=미군측은 지난 20일 밤까지만 해도 “관련 문서를 확인 중이지만 특정 물질 매몰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다가 23일 관련 문서를 찾았다고 공개했다. 때문에 일각에서 미군측이 전직 주한미군의 폭로가 있기 전에 알고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한미군측은 이에 대해 “며칠 동안 문서를 확인하다 처음으로 발견한 것으로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캠프 캐럴에 3800여명의 미군 현역 및 군무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이 중 900여명은 기지 안에 거주하면서 지하수를 마시며 생활하고 있다. 미군 측은 이 점을 들어, 고엽제 등 독성물질이 매몰돼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미군이 지금처럼 생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문제의 화학물질이 고엽제 맞나=미 8군이 밝힌 기록에는 고엽제에 대한 언급은 없지만 거기서 나온 화학물질(chemicals)이 고엽제를 지칭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독성이 강한 고엽제를 묻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화학물질로 표기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23일 미 8군 발표자료에서도 맹독성 물질인 다이옥신을 언급하면서 화학물질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8군이 공개한 1992년 미 공병단의 연구보고서에는 화학물질과 살충제, 제초제,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몰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그 화학물질은 그냥 일반 제초제는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나타내고 있다. 한ㆍ미 양국군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 사이에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북한군의 은밀한 침투를 막기 위해 고엽제를 제초제로 쓴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 재고량에다 베트남에서 들어온 것까지 함께 매몰됐다는 것이 퇴역 주한미군의 증언이다.

▶어디로 옮겨져 어떻게 처리됐나=고엽제로 추정되는 화학물질들이 어디로 옮겨져 어떻게 처리됐는지는 최대의 관심사다. 주한 미군측은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만 밝혀 국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소각 등의 방식으로 안전하게 처리됐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또 다른 한ㆍ미 양국군 기지에 묻혔거나 다른 지역에 버려졌다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우리보다 환경 인식이 높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당시에 미군이 소각 처리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폭스 미8군 기지관리사령관은 “92년 연구보고서를 보면 80년 적절하게 반출해서 처리한 것으로 돼 있다. 국외로 나갔는지 국내로 갔는지 모른다. 미국으로 보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군이 ‘처리’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봐선 당시 문제의 물질들을 단순히 외부에 버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것은 좀 더 조사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묻었나=고엽제로 추정되는 물질들이 얼마나 묻혔는지도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미 8군은 1979~1980년 파묻힌 물질들과 그 주변의 오염된 40∼60t가량의 토양이 기지 외부의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처리’됐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것만으로 매몰된 전체 양을 유추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고엽제 매몰을 최초 폭로한 퇴역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는 최근 국내 모 라디오 방송에서 “당시 매립한 고엽제가 드럼통 205ℓ들이 600여개이고, 베트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도 포함됐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우ㆍ박도제 기자@dewkim2>김대우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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