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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쁜 마음만 가져가면 돼
강원도 태백 분주령 야생화 탐방로드…7월초까지 무지갯빛 융단의 절정 ‘3D 식물도감’
두문동재~금대봉~검룡소 6.6㎞

바람결이 실어오는 싱그러운 숲

향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어여쁜 얼굴들이

여기저기 고개를 들고 반긴다

소담스레 핀 야생화의 군무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믿는다면 분주령(강원도 태백)은 거기 딱 들어맞는 곳이다. 요즘 같은 계절이라면 더 그러하다.

따사로운 봄 햇살에 안겨 바람결이 실어오는 싱그러운 숲 향기를 들이마시다 보면 어여쁜 얼굴들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고 반긴다. 소담스레 피어난 야생화들의 군무.

이곳엔 5월 초부터 7월 초까지 기린초, 하늘나리, 하늘말나리 등이 눈부시게 피어난다. 하늘이 뿌려놓은 ‘3D 식물도감’이다. 트레킹화와 물통, 도시락 정도만 챙기고 거기 어린아이처럼 예쁜 마음만 더하면 이들을 만날 준비는 충분하다.

트레킹의 시작점은 두문동재(해발 1268m). 정선과 태백을 잇는 고개로서 싸리재라고도 불린다. 두문동재는 국내에서 도로 포장이 돼 있는 고개 중 두 번째로 높은 곳이다. 팔공산 정상(비로봉ㆍ1193m)보다도 75m나 높다. 가장 높은 곳은 인근의 만항재(1313m)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금대봉 정상과 분주령을 거쳐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로 내려가는 6.6㎞ 코스가 ‘야생화 탐방 로드’다.

두문동재에서 헬기장을 지나 금대봉(1418m)에 이르는 길에는 햇볕 드는 곳마다 할미꽃들이 피어 있다. 비교적 평탄한 능선길과 완만한 내리막길인데 느린 걸음으로도 30~40분 정도면 식물자원 보호구역인 금대봉에 다다를 수 있다. 야생화의 낙원이다. 국화과의 앙증맞은 꽃 솜방망이와 수줍은 봄처녀처럼 눈을 내리깐 산괴불주머니가 노랑을 흐드러지게 부려놓는다. 별처럼 자잘한 꽃들이 소우주의 불꽃놀이처럼 모여 터지는 딱총나무 꽃도 가세한다.


금대봉에서 숲길을 따라 좀 더 내려가다 보면 커다란 고목 아래로 흐르는 샘물을 마주한다. ‘고목나무 샘’이다. 여기서 졸졸 새어나온 물이 스며들었다가 검룡소로 흘러든다.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라면 이곳은 그 시원인 셈이다. 여기서 한 시간 남짓 더 걷는다. 이 길은 ‘들꽃 숲길’이라 불린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걷기 힘든 오솔길. 햇살을 가린 숲 그늘 아래로 야생화 군락이 펼쳐진다. 고광나무, 매화말발도리, 물참대, 벌깨덩굴, 솔나리, 앵초, 요강나물, 쥐오줌풀, 터리풀 등이 꼭꼭 숨겨둔 자태를 뽐낸다.

야생화의 시청각에 취해 한 시간 남짓 걷다보면 불현듯 시야가 탁 트이는 곳에 이르러 정신이 든다. 

태백 분주령에 오르면 살아있는 ‘3D 야생화 도감’이 발 아래 펼쳐진다. 매봉산풍력발전단지에서는 능선 위로 솟은 풍력발전기와 네덜란드식 풍차가 반긴다.

분주령 초원이다. 해발 1080m에서 만나는 드넓은 분지다. 이곳도 천지 꽃밭이다. 구슬붕이, 낚시제비꽃, 노루삼, 범꼬리, 앵초, 어릿광대수염, 왜미나리아재비, 요강나물, 줄딸기꽃, 쥐오줌풀, 터리풀, 현호색, 홀아비바람꽃 등등 금대봉과 분주령에 자생하는 풀꽃만 90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식물도감을 챙겨가면 루브르 박물관 관람 부럽지 않을 미학 탐방이 된다.

분주령을 지나 계곡길로 내려서면 검룡소 가는 길이다. 내리막이라 발걸음이 가볍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 주차장 못미처 오른쪽에 난 숲길을 따라 15분쯤 올라가면 한강 발원지에 닿는다. 울창한 숲속에 이끼 낀 바위 웅덩이에서 솟는 물이 하루 2000t. 사철 섭씨 9도의 지하수가 굽이친다. 2m쯤 되는 암반이 물과 세월에 깎여 구불구불하게 파여 있다. 이 모습이 용틀임 같다 해 검룡소(儉龍沼)라는 이름이 붙었다.

입산은 5월 16일부터 가능하다. 분주령은 생태경관보존지역이므로 입산 일주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033-550-2061)에 사전예약해야 한다. 

임희윤 기자/ imi@heraldcorp.com
사진=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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