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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흥행돌풍 이유 있었네
신경숙 작가 동명소설

연출 탁월·배우들 호연

주옥같은 대사 ‘삼박자’

                    …

평일 관객도 80% 이상

“마치 내 이야기 같네”

중년 뮤지컬 팬 발길

재미 요소 부족 아쉬움





‘엄마’는 항상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재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엄마는 따스한 한 줄기 빛이다. 엄마는 우리의 태생이고, 늘 우리 곁을 지켜줄 것 같은 버팀목이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애타게 그리운 존재가 바로 엄마다. 장르를 막론하고 ‘엄마’란 소재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이 때문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엄마를 소재로 한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가 순항 중이다. 지난 5일부터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이 작품의 관객은 주말 80~90%, 평일에도 70~80% 이상 객석이 찰 정도로 인기다. 특히 40, 50대 중년관객들이 대거 공연장을 찾으면서, 공연계에 다시 한번 중년 열풍이 불고 있다.

▶보편적 감성을 건드리는 대사의 힘=신경숙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는 원작의 탄탄한 힘, 배우들의 호연, 연출의 감각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엄마를 잃어버린 후 온 가족이 찾아나서는 과정을 통해 엄마와 함께했던 가족들의 단편적 기억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냈다.

신경숙의 원작 속에 담긴 농밀한 글들이 주옥같은 대사로 재탄생한다. 관객들이 공연 시작 몇 분 만에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은 보는 이들의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짙은 대사 때문이다. “밥 챙겨먹고 차 조심해라”는 말은 모든 엄마들의 단골 멘트다. 극 중 엄마(김성녀)는 평생 자식들의 밥과 건강을 챙겼고, 해바라기처럼 자식들의 안위만 바랐다. 실종되는 그날도 바쁜 자식들이 지방까지 내려오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탔다. 자신의 생일상을 받기 위한 명목이었지만, 사실 자신의 생일날에도 자식들 먹일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그런 엄마다. 엄마의 모든 것은 자식들에게 맞춰 있었고, 그러다 정작 자신을 놓아버렸다. 


▶모두의 엄마를 불러오는 이야기=극의 시작부터, 관객들은 눈물을 쏟아낸다. 이처럼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는 이 세상 모든 아들딸이 알만한 따스한 모성을 현실감있게 재현한다. 그 중 엄마의 헌신은 직업, 성별, 소득 수준 등과 무관하게 누구든 공감하는 보편적인 경험치다.

다양한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가슴을 아프게 건드린다. 관객들은 부모를 잃고 뒤늦게 후회하는 극 중 아들딸처럼 ‘아, 왜 그땐 몰랐을까’를 되새김질한다. 작품은 극 중 인물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배경은 달라도 극에 나오는 대사 하나하나는 모두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큰딸 역을 맡은 배우 차지연은 자신의 연기를 “눈물로 쓴 반성문”이라고 표현했다.

▶절제가 돋보이는 소설의 무대화=하지만 원래 소설이라는 문학 텍스트를 살아 움직이는 무대로 옮겨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생각보다 큰 감동을 낳지 못한 것도 소설을 무대로 옮기는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특히 신경숙의 원작은 큰딸의 독백과 세밀한 심리 묘사 등 독특한 문체로 구성됐다. 언어로 표현하는 내밀한 심리의 변화와 디테일한 묘사는 문학의 정수를 선보였다.

따라서 소설이라는 장르 내에서의 광활한 표현들을 무대 위 살아있는 대사로 전환하는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구태환 연출가는 신경숙 작가의 문학적 표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15번 대본을 고쳐썼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액자식 구성에, 몇 개의 굵직한 에피소드를 병렬로 배치했다.

구 연출가는 13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이 가진 문학성을 무대라는 실제 공간 위에 펼쳤을 때 희석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소설은 정말 많은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무엇을 취사선택해 엮어낼지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뮤지컬이기 때문에 음악적 구성과 어울리지 않는 에피소드는 과감히 빼면서 강약을 조절했다. 특유의 신파 소재를 과장하거나 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자연스러운 표현을 강조했다.

그렇게 완성된 대본에, 차분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도 잘 어우러졌다. 작곡가 김형석은 절제의 미덕을 발휘해 작품의 감정선을 차분하게 좇아간다. 김형석 특유의 서정적 감수성을 한껏 살려 피아노와 현악 연주로 잘 풀어냈다. 엄마의 테마곡 ‘미안하다’, 장남의 회상곡 ‘엄마만 돌아오면’ 등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17곡의 뮤지컬 넘버가 완성됐다. 


▶배우들의 호연=엄마로 변신한 김성녀의 연기도 합격점이다. 그동안 연기 인생에서 ‘본격적인 엄마 역할은 처음’이라는 그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평범한 엄마의 모습을 재현한다. 또 절제할 부분은 절제하고 지를 부분은 내지르는 연기의 강약 조절이 돋보이며, 뮤지컬의 강점인 음악이 주는 감동을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한껏 살린다. 김성녀는 “소설의 독자이자 연극 ‘엄마를 부탁해’의 관객이었는데 이제 뮤지컬의 주연을 맡아 이 작품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큰딸을 맡은 배우 차지연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감수성과 파워 넘치는 가창력을 토대로 김성녀와 환상의 호흡을 맞춘다.

다만, 극이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가라앉은 것은 뮤지컬로서는 단점이다. 감동 코드를 제외하곤 재미의 요소가 부족한 점, 배우들의 단조로운 무대 활용도 아쉬운 부분이다. 공연은 6월 19일까지. 02)2230-6601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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