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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유로운 은퇴’ 이젠 옛말…여전히 취업전선 맴돈다
여유로운 은퇴를 꿈꾸며 열심히 앞만 보고 일했다. 하지만 맞닥뜨린 현실은 달랐다. 부모 모시고 아이 키우느라 모은 돈도 많지 않다. 일자리 찾지 못한 자식, 연로하신 부모에, 앞으로 30~40년 남은 노후를 생각한다면 일손을 놓을 수도 없다. 한창때에 못 미치는 월급, 불안한 고용상태라도 좋다. 직장을 다닐 수만 있다면. 그게 아니면 작은 가게라도 열어 돈을 벌어야 한다. 50대 취업자 500만명 시대 뒤켠에 자리한 우리나라 중장년들의 쓸쓸한 자화상이다.
12일 통계청은 올 4월 50~59세 취업자 수가 508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478만2000명에 비해 6.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상 처음으로 50대 취업인구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2007년 4월 400만명에서 계속 늘어나더니 불과 4년 새 500만명 선까지 넘어버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중심세대는 30~40대에서 40~50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9%로 1년 전에 비해 0.1%포인트 증가했다. 이 기간 30대, 40대 취업자 비중이 0.3%포인트, 0.2%포인트 각각 하락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미 50대는 20~40대를 제치고 최대의 노동력 공급원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4월 20대, 30대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만1000명, 1700명 각각 줄어든 반면 50대 취업인구는 30만명이나 급증했다. 전후 베이비붐(1955~1963년) 세대가 노후 준비, 가족 부양 등 이유로 은퇴보다는 재취업을 선택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선 제일 오래 다녔던 직장을 퇴직하는 시기는 보통 54세”라면서 “50대 노동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이전에 다니던 직장보다 못한 곳에 하향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고용의 질과 안정성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 조사’에서 이런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작년 8월 기준 50대 근로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은 39.3%에 달했다. 30대 23.3%, 40대 29.8%를 크게 웃돈다. 최근 다시 드러나고 있는 자영업자 수도 50대 이상 고령 노동인구 증가와 관련 있을 게 분명하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인구 고령화는 경제 전반의 평균적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면서 “(50대 취업인구 증가는) 베이비 부머의 은퇴가 현실이 됐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여유롭게 은퇴를 준비해야 할 나이에 취업전선에 다시 뛰어든 50대는 적은 월급, 불안한 고용조건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조현숙 기자/newe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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