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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영화>기묘한 체위·엽기적 캐릭터에 웃음이 절로…
예상대로 살색의 향연이 펼쳐지기는 한다. 하지만 품위도 잃고, 감흥도 없다. 3D는 보잘것없이 흉내에만 그쳤다. 크게 봐 80~90년대 국내 비디오업계의 ‘젖줄’이던 에로영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허황해서 웃음을 자아내는 ‘B급 유머’가 간간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마니아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 첫 본격 3D 성애물’을 표방한 홍콩영화 ‘옥보단3D’ 얘기다.

‘옥보단3D’는 지난달 첫선을 보인 홍콩 극장가에선 큰 화제가 됐다. 첫 주 흥행수입이 ‘아바타’가 홍콩에서 거둔 첫 주 기록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개봉이 금지된 중국에서조차 관객들이 원정관람을 왔다는 뒷얘기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12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뚜껑을 열어본 영화는 마치 극중 주인공인 미앙생처럼 힘도 부족하고 ‘테크닉’도 떨어졌다.

‘옥보단’은 ‘소녀경’ ‘금병매’와 함께 중국의 금서로 알려진 동명의 17세기 고전소설을 바탕으로 했다. 이미 지난 1991년 영화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고 몇 년 후 한국 수입사에도 뜻하지 않은 큰돈을 안겼다. ‘옥보단3D’는 3D 특수에 편승해 20년 전의 작품을 다시 스크린에 옮긴 영화다.

잘생기고 그림에도 재능이 있는 청년 미앙생의 성적 모험이 영화의 줄기다. 그는 첫눈에 반한 옥향과 결혼하는 데 성공하지만 밤이 문제다. 외모와 재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성적 능력으로 인해 부인을 실망시키던 그는 ‘밤의 고수’가 되고자 절세미녀들과 환락의 나날을 보낼 수 있는 세계로 들어선다. 하지만 타고난 육체적인 조건 때문에 또 한 번 시련을 맛본 미앙생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남자로 다시 태어나 ‘잠자리의 황제’가 된다. 뭇 남자의 부러움을 사는 존재가 돼 쾌락에 빠져들지만 모함과 음모로 인해 부인 옥향과 함께 죽을 운명에 처하게 되는데, 그제서야 진정한 사랑은 육체가 아닌 정신의 교감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수묵화를 3D로 보여주는 오프닝 타이틀은 개성적이고 꽤 볼만하지만 이어지는 ‘살색의 향연’은 다소 조잡하다. 시종 벌거벗은 여인들을 보여주지만 그들은 마치 ‘소리(교성) 내는 기계’인 양 어색하다. 20년 전 원작에도 등장하는 기묘한 체위와 자웅동체 같은 엽기적인 캐릭터는 웃음을 자아낸다. 깨진 물건들이나 날카로운 무기들이 관객 앞으로 다가오는 장면은 이 영화가 3D입체영상이라는 점을 시위하긴 하지만 정작 성애 장면에서의 3D효과는 두드러지진 않다.

일본 배우 히로 하야마가 미앙생 역을 맡았고, 중국 여배우 남연과 일본 AV(성인비디오)스타 하라 사오리, 스오 유키코 등이 출연했다. 12일 개봉. 물론 청소년관람불가다. 

이형석 기자/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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