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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뜨거운 ‘검사권 갈등’…체제개편보다 체질개선이 우선이다
▶사령탑 문제가 아니다

반성없는 단순한 희생양몰이

제2·제3의 부실기관 가능성

운영의 선진화 우선 논의돼야


▶전문성 어떻게 높이나

내부단속·시장접근성 병행

‘눈칫밥’ 낙하산 인사 없애고

기능박탈 아닌 혁신 갖춰야


저축은행 사태로 촉발된 금융감독기구 개편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저축은행의 막대한 부실을 야기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모든 책임이 마치 금융감독원에 있는 양 몰아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눈뜬 장님’이 된 금감원과 온갖 비리를 저질러온 일부 직원들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게 맞지만, 정책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오로지 감독 잘못에만 집중해 금감원만 희생양 삼아 서둘러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이래서는 개선책보다 더 많은 문제가 잉태될 수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시스템이 아니라 운영이 문제다=우선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ㆍ제재권은 고도의 행정행위다. IMF 외환위기 이후 ‘통합 금감원’을 출범시킨 배경과 의미를 무시한 채 금감원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독점권을 해체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식의 접근이 문제다.

최근 재부상 중인 ‘한국은행에 금융회사 단독조사권 부여’ 논란은 그래서 정부와 감독당국, 한은과 금융회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공권력의 행정작용인 금융감독권을 그냥 아무 기관에나 주자고 할 수는 없다”고 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도 유관기관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면 위로 떠오른 ‘한은의 기능강화’ 논의는 물가안정에만 매몰된 중앙은행에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하자는 차원에서 출발했다. 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었다.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개별 금융회사에 대한 미시적인 검사ㆍ제재권한은 여전히 금감원에 있을 수밖에 없다. 국회 정무위 소속 이성남(민주당) 의원은 1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어디 편을 들 생각은 없지만, 금융감독의 오랜 노하우는 금감원에 있지 한은에 있지 않다”며 “앞으로 논의는 금감원이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하면 금융기관 검사권한을 제대로 행사할지에 모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금감원 검사 담당 부원장보와 국민은행 감사, 한은 금융통화위원 등을 지낸 인물이다.

▶구더기 무서우니 장 안 담그겠다?=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이후 나타난 금융감독 수장의 반응은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걸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권혁세 금감위원장은 금감원 검사역들이 시중 금융회사 직원들과 사적으로 만나는 행위를 일절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성남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는 금감원이 시장의 정보에 늦고, 잘 몰라서 생긴 문제인데 아예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눈과 귀를 닫아버리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인사의 독립성도 절실하다. 관료 출신 수장의 간부직 인사권한이 상당히 제한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워낙 높은 곳의 인사 청탁이 많으니 원장이 부원장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도 없지 않다. 금감원 내부 구성원들은 온통 간부들에 줄서기와 눈치 보기에 바빴다.

금감원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모 컨설팅 회사 대표는 “국장급 이상 전문성 높은 임직원들은 그나마 나중에 연봉을 많이 주는 금융회사 감사직으로 가는 데 만족했고, 하부 직원들은 전문성을 키우기보다 자기 자리 지키기에 급급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의 전문성이 높아질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금융감독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금융감독 체제의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성남 의원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금감원이 잘못한 게 많지만 그렇다고 금감원의 기능을 빼앗아버리려 해선 안 된다”며 “보다 근본적인 제도개선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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