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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동차 산업의‘잠김효과’를 극복하는 대안은
경제용어 중에 ‘잠김효과(Lock-in effect)’라는 것이 있다. 특정제품에 친숙하게 된 소비자는 더 좋은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친숙한 기존제품을 계속해서 사용하게 되는 효과가 그것이다. 한글, 엑셀 등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잠김효과가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표적인 예다. 잠김효과가 나타나면 소비자의 선택이 친숙한 기존의 제품과 기술에 한정되기 쉬워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우리 자동차산업에서도 잠김효과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전기차를 필두로 기존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친환경ㆍ첨단기술로 전면 이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아직 ‘내연기관’이라는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산업이야말로 ‘전기차, 친환경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이동이 불편함과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잠김효과를 나타내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봐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각국 정부는 전기차 시대 개막을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독일은 ‘전기차 개발을 위한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2011년까지 정부 5억유로, 업계는 매년 200억유로를 투자하기로 했다.
일본 역시 ‘차세대 자동차전략 2010’을 통해 2020년까지 전기차 보급률 15~20%를 목표로 11개 도시에 전기자동차(EV) 타운을 구축하고, 대당 최고 약 139만엔의 구매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전기차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작년 전기차 블루온 출시를 시작으로 ‘2017년 글로벌 전기자동차 4대 강국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다. ▷기술개발 ▷전기차 보급 ▷충전인프라 구축 등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해외 업계의 움직임은 정부의 움직임보다 민첩하다. 이미 판매 중인 닛산의 ‘Leaf’, GM의 ‘볼트’ 등 양산에 들어간 차량 외에도 BMW의 ‘Megacity’, 아우디의 ‘e-tron’ 등 새로운 전기차가 계속 출시될 예정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에 주력하던 도요타 등 일본 업계도 테슬라와의 제휴를 통해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대의 개막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앞의 두 회사보다 양산형 전기차를 일찍 선보인 현대ㆍ기아차가 전기차 양산 시점을 2014년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의외다.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업체일수록 ‘변화’에 대한 두려움 속에 현재에 안주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에 있어 우리 자동차산업이 잠김효과에 갇혀버리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의 잠김효과를 풀고 전기차 시대로 나아가는 것은 각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전기차 시대로 가는 자물쇠를 열기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정부, 전기차 시대를 리드하는 업계의 노력이야말로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잠김효과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산업의 주인공인 업계 자신이다. 업계 스스로 자신들의 틀을 벗어나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면, 스티븐 추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말대로 전기차 시대에는 한국이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의 ‘가장 큰 경쟁자’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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