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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대지진>日대지진 속 태어난 생명, 그후 한달...
지난달 11일 대지진과 쓰나미가 일본 동북부 연안을 휩쓸고 지나간 다음날, 폐허 속에서 한 생명이 태어났다. 세계 지진 관측 사상 네번째 강진과 38.9m의 거대 쓰나미도 숭고한 생명의 탄생은 막을 순 없었다.

그 후 한 달.

공포에 휩싸인 열도에 한줄기 희망을 선사했던 아기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마이니치신문은 19일 아기의 부모를 찾아 긴박했던 분만 순간과 이재민들의 감동 스토리를 소개했다.

테라다 유키(寺田雪ㆍ35)씨는 3월 25일 출산을 앞두고 도쿄의 자택을 떠나 친정이 있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 시로 향했다. 가족이 있는 고향에서 출산을 하기 위해서였다.

유키 씨는 강진이 발생했던 지난달 11일 오전 병원에 들러 “아이가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안심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오후 2시 45분, 유키 씨의 기대는 산산조각 났다.
  
대지진으로 집이 요동치더니 곧이어 밀어닥친 쓰나미에 물이 1층까지 차올랐다. 유키 씨와 함께 집에 머물고 있던 부모님과 언니는 고지대로 대피하려 했지만 순식간에 들이닥친 바닷물 때문에 간신히 2층으로 피신할 수 밖에 없었다. 
  
사진설명=동일본 대지진 중 태어난 아기 테라다 슌스케(寺田春介)를 안고 있는 부부.(사진=마이니치신문)

갑작스런 공포가 태아에 전해진 탓일까. 오전까지 아무렇지 않던 배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곧바로 양수가 터졌다. 119에 몇번이나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유키 씨와 가족은 이미 기울기 시작한 집에서 이불에 몸을 감싼 채 추위와 불안에 떨며 기나긴 밤을 지샜다. 밖에는 영하권 날씨에 눈까지 날리고 있었다.

다음날 아침 유키 씨 가족은 무릎까지 차오른 오수를 가르며 필사적으로 집밖으로 탈출해 경찰 차량에 구조됐다.

간신히 대피소로 이동했지만 이젠 출산이 문제였다. 피난소에는 구급 약품은커녕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피난소에 머물던 한 남성은 보다못해 이재민들 사이를 지나가며 “혹시 의사나 간호사 있습니까? 출산이 임박한 여성을 도와주세요!”라며 큰 소리로 외쳤다. 마침 대피소에 머물고 있던 조산사 출신 오다지마 키요미(39)씨는 이 소리를 듣고 곧바로 양호실로 달려갔다.

피난소에 머물고 있던 다른 이재민들도 유키 씨의 출산에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초등학교 뒤 고지대에 집이 있는 타카기 와카코(43)씨는 분만 장소를 위해 선뜻 자신의 집을 내주었다.

또 간호사였던 한 피난민은 제약회사로 달려가 소독약과 탈지면, 링거 등을 구해왔다. 양호교사는 뜨거운 물을 끓이고 또다른 피난민들은 석유를 구해와 방을 따뜻하게 해줬다.

정전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오후 6시 12분. 마침내 건강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주인 타카기 씨는 아기의 힘찬 울음 소리를 듣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피난민 모두가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아기가 무사히 태어난 것은 기적”이라며 축복했다.

아기가 태어난지 한 달이 지난 19일. 유키 씨와 남편 고사쿠 씨는 도쿄도 스기나미구의 자택에 머물고 있었다.

테라다 부부는 “출산을 도와준 분들은 모두 이재민으로, 자신의 가족의 안부를 모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자기 일처럼 도와 주셨어요. 아기가 커서 반항기에 접어들면 ‘그때 그분들의 도움으로 네가 태어나게 됐다’고 꼭 가르쳐 주려구요”하며 아기를 꼭 껴안았다.

테라다 부부는 5월 연휴에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 시를 방문해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생각이다. 미야기 현은 19일 현재 사망 8460명, 실종 7725명으로 동북부 3개현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으로 남겨져 있다.
<천예선 기자 @clairebiz>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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