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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감사하는 대한민국, 국가 위상 격상의 지름길
KOICA 박대원 이사장

대한민국은 1960년대까지 해외 원조 없이는 국가재정조차 유지하기 어려웠던 나라였다. 식량이 부족해 가난한 이들은 굶기 일쑤였고 해외의 도움을 받아야만 번듯한 학교, 병원을 지을 수 있었던 나라다. 2011년, 여기 또 다른 대한민국이 있다. 교과서 없이 공부하는 라오스 학생들에게 깨끗한 새 교과서를 지원해 학생들이 꿈을 갖고 공부하도록 해주는 나라이다. 옥토를 가지고도 홍수 때 물이 넘치고, 가뭄 때 땅이 갈라져, 1모작 밖에 하지 못하던 캄보디아 농민들에게 관개시설을 만들어 1년 3모작이 가능하도록 해준 나라이다.

불과 반세기의 시차를 두고 한국은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기 힘든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이러한 변화를 공식적으로 증명하듯 2009년 11월 한국은 선진국 중의 핵심국들이 회원으로 있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그리고 2010년 선진국 정상들이 모인 G20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했으며, 올해 11월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개최한다. 


불과 60년 만에 우리나라가 이처럼 도움 없이 살아가기 힘들었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에 큰 의미를 준다. 우리나라에 원조를 주던 선진국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원조가 성과를 낸 구체적 사례를 찾은 것이고, 반세기 전 우리와 같은 출발선에 섰던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한국처럼 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감사하는 대한민국, 겸손한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60년 전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으로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에티오피아, 필리핀, 콜롬비아에서는 우리를 돕기 위해 군 병력을 파견해줬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위해 귀중한 청춘을 이 땅에 바친 것이다. 에티오피아, 필리핀, 콜롬비아, 이들 나라는 60년 전 우리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나은 삶을 살았지만 지금은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충분한 지원을 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우리 정부의 ODA규모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1년 ODA규모는 지난해 보다 23% 증가한 1조7천억 원이다. 이러한 증가폭은 OECD DAC 회원국 안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1인당 월 3천원 안팎의 원조규모로 다른 회원국에 비해 적은 편이다. 2015년까지 그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고 하니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기대해 볼만 하다. 

일각에서는 국내 어려운 이웃 대신 해외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이는 원조를 낭비로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원조는 낭비가 아니다. 대외원조가 국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더 큼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외원조는 국가브랜드 제고에 도움을 주고 국격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개도국에 한국의 국가 신뢰도를 상승시켜 한국의 기술과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게 한다.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발전한 세계 유일의 경험과 역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더욱 확대되는 ‘두 손으로 주는 원조’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면 G20을 개최하고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를 유치하는 세계 중심 국가로서의 위상은 더욱 뚜렷해 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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