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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현변호사의 TV 꼬리잡기]오디션 프로그램도 계약의 일종이다
최근 들어 지상파, 케이블 할 것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국내 최초 오디션 프로그램 붐을 일으켰던 엠넷 <슈퍼스타K 2>를 재밌게 볼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온 대한민국이 오디션 열풍에 휩싸이게 될 줄은 저도 몰랐네요. MBC <위대한 탄생>은 슈스케2와 거의 유사하여 뒷북을 칠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극복하고 슈스케2와는 또 다른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면서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슈스케2보다 심사위원의 숫자와 비중을 더 추가하였고, 심사위원을 멘토로 발전시켜 지원자와 멘토들의 트레이닝 과정과 생방송 진출자 선택, 그 선택과 탈락의 갈림길에서 보여준 진정한 ‘리얼리티’는 시청자들의 눈물과 박수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그것이었습니다.

특히, 김태원 멘토의 탈락자를 위한 ‘마지막 콘서트’ 공연은 예능프로그램을 뛰어 넘어 다큐멘타리적 감동을 선사한 처절한 명장면이었습니다. 또한 방시혁 멘토의 이유 있는 독설을 보며, 가수라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생각만큼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방영 예정인 오디션 프로그램도 길게 줄을 서 있습니다. 다양한 재능인을 선발하는 tvN <코리아 갓 탤런트>는 지방예선을 이미 시작했는데 그 열기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또, 지난달 10일부터 ARS와 UCC를 통해 오디션 접수를 시작한 <슈퍼스타K 3>. 벌써 지원자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최종 지원자는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왠만한 직할시 인구에 해당하는 엄청난 지원 열기입니다. 그 지원자들의 수준도 날로 출중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신인 가수 발굴이 전형적인 모습이었다면, 앞으로의 오디션 열풍은 댄스, 연주, 마술, 마임, 개그 등 그 영역이 확장되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MBC <신입사원>처럼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 모집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승화되고 있을 정도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정통 오디션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이라는 성격상 좀 더 극적인 탈락과 생존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지나치게 신랄한 심사평과 주관적인 심사기준, 갑작스러운 패자 구제, 빈번한 패자부활전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법률적으로 보면 오디션 프로그램은 주최자와 참가자의 계약의 일종입니다. 확립된 기준에 가장 적합하게 계약을 이행한 자가 우수자가 되는 계약입니다. 당초의 계약과 다르게 우열판단의 기준이 모호해지거나 부당한 탈락을 당하면 참가자들은 소송으로도 다툴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요. 그렇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은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으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돌발변수들에 대하여 이미 참가 시에 포괄적인 동의와 포기를 하였을 것이므로 법적으로 실제 분쟁이 발생할 여지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구경거리 중에 대표적인 것이 ‘싸움구경’입니다.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도 일종의 ‘싸움구경’ 구조이므로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방송시간에 비교하여 제작 시간이 엄청나다는 점, 일반인 대상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내용이 예측불가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을 자주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최근 연예인 중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식상해지고 있고, 외국에서 오디션 포맷이 크게 성공했다는 전례에 힘입어 한국에서의 오디션 열풍이 시작되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볼거리’에 치중했던 가요계에서 정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의 풋풋한 라이브를 들으면서 오랜만에 ‘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팍팍한 삶 속에서 꿈을 잃고 일상의 틀에서 신음하던 많은 국민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승자들에게 신선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습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는 이번 오디션 프로그램 붐을 통하여, 국민들 한명 한명이 한번쯤은 오디션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흐뭇한 상상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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