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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적 커닝…국가고시 총체적 난맥상
“국가고시가 장난인가.” 국민건강 담보로 한 의사 국가고시에서 ‘전국적인 커닝’이 이뤄지고 국가기관은 이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국민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 문제를 조직적으로 공유해 오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에는 대학병원 교수들까지도 시험 문제 및 채점 기준을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등 일조했다.

국내 의료계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실기시험의 시나리오가 충분하게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험이 시작된 구조적인 문제도 어우러지며 심각한 허점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사전에 충분한 준비없이 의사 실기시험이 치러지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점을 드러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의사 실기시험은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마련된 시험센터에서 총 12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12개로 나눠진 방에서 의대생들은 체혈이나 심폐소생술, 당뇨병 환자 만나기와 같은 다양한 문제를 풀게 되는데 현재 국시원이 보유한 시험 문제 항목은 170여개이다. 국시원은 이들 항목별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갖고 있으나, 목표하고 있는 20개 시나리오까지는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35년이나 준비해 의사 실기시험을 치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5년 정도 준비해 치르는 상황”이라며, “향후 시나리오를 2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실기시험센터 1곳에서 모든 의사 시험이 치러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국 3300여명의 의대생들이 한곳에서 한정된 항목과 시나리오의 시험을 한번씩 치르는 데 50여일이나 걸렸다.

이 같은 긴 시험 기간이 의대생들이 시험 문제에 대해 서로 공유하고 유출을 공모한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국시원 관계자도 “시험 기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기시험센터를 늘려야 하지만, 예산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국시원 측에 실기시험을 위탁한 보건복지부 측은 국시원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50여일간 시험이 치러졌지만, 나중에 시험 본 학생들의 시험성적이 처음에 본 학생보다 높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공무원은 “주어진 과제를 어떻게 잘 수행하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별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손놀림’ 보자고 국가고시로 치러지는 것은 아니며, 이러려면 아시아 최초 실기고시라는 허울을 버리고 이런 시험을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비판론이 거세다.

이에 앞서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전국 41개 의과대학이 ‘전국의대 4학년협의회’(전사협)를 조직해 비밀 누리집을 만든 뒤 의사 국가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전사협 전 회장 등 전 집행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시험문제와 채점기준 등을 알려준 채점관 교수 김모(49) 씨 등 5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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