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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는 맞벌이 학부모 무시하나”...학부모총회 평일 오후 고집
학부모 남모(44ㆍ여) 씨는 지난 23일 열린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들의 학부모총회에 부득이 불참했다. 총회 시간이 오후 2시여서 남씨는 지난주 일찌감치 직장에 ‘반차(半次ㆍ월차나 연차를 이용해 반나절만 휴무)’를 신청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총회 당일 남씨의 직장에 갑작스레 회사 대표가 참석하는 ‘큰 행사’가 잡힌 탓이었다. 남씨는 “맞벌이여서 남편을 보낼 수도 없었다”면서 “내가 안 가 아이가 기가 죽었다. 속상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신학기를 맞아 요즘 전국 학교에서 학부모 총회가 잇달아 열리고 있지만 대부분 개최 시간이 평일 낮이어서, 직장을 다니는 ‘직장맘’이나 ‘싱글맘’ ‘싱글대디’들이 참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 당국은 최근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총회를 열어 가능하면 많은 학부모가 참석하게 지원해달라”고 당부하는 공문을 일선 학교에 내려보냈지만 학사 일정 등을 이유로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가 학교가 상당수다.

24일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일선 초ㆍ중ㆍ고교는 이달 중순부터 늦어도 다음달 초순까지 학교별로 학부모총회를 갖고 있다.

학부모총회는 학부모회 임원을 뽑을 뿐 아니라 장학ㆍ생활지도 등에 대한 학교의 방침을 듣고 자녀의 담임교사와 인사하는 자리여서, 학부모들은 가능하면 총회에 참석하는 편이다. 학교에 따라 연 2회 이상 해야 하는 공개수업을 총회 당일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들이 학사 일정 상 오후 1~3시 등 평일에 학부모 총회를 갖는 경우가 ‘직장맘’ ‘직장대디’는 물론 최근 이혼율 증가로 급증하고 있는 ‘싱글맘’ ‘싱글대디’들도 참석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직장 사정 상 ‘월차’ 등을 사용하기 어렵고, ‘반차’를 내더라고 학교와 직장이 떨어져 있어 총회 시간에 맞추기 빠듯하다는 것이 이들 학부모의 전언이다.

서울 강남지역 소재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둔 한 ‘직장맘’은 “입시정보도 ‘전업맘’ ‘전업대디’가 독점하는 데 학부모총회까지 참석못하고, 당연히 학부모회 임원도 하기 어려워 애로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는 학교들이 교사 사정이나 학사일정 상의 이유로 주말이나 평일 오후 시간에 총회를 잡기 꺼리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지역 소재 한 초등학교 교장은 “공개수업을 진행할 경우 수업시간에 맞춰야 하므로 저녁이나 주말에 (총회를) 하기 더 어렵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학부모는 따로 상담주간이나 또 다른 공개수업 시간을 이용해 학교를 방문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일선 학교에 ‘저녁시간 등 학부모가 편리한 시간에 연 2회 이상 (총회를) 개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모든 학교의 총회가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순 쯤 각 학교가 총회를 어느 시간에 열었는 지를 조사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ssyken>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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