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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장폐지 위기’ 씨모텍 대표 자살

퇴출 위기에 놓인 유무선 통신장치 제조업체 씨모텍의 김태성(48) 대표이사가 지난 26일 저녁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증시퇴출 위기에 놓인 상장사의 대표가 극단적인 자살을 함에 따라 임직원과 회사,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무리한 기업 인수ㆍ합병(M&A)과 사업 확장 등이 결국 자살을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번 자살이 단지 한 코스닥 대표의 자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3월 말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면서, 각종 소송과 횡령, 배임이 끊이지 않는 코스닥 시장에 거센 퇴출 쓰나미가 몰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이사 자살 부른 씨모텍은 어떤 회사?

씨모텍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26일 저녁께 자신의 차량에서 자살을 시도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자택인 경기도 과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대표가 자살을 시도한 차 안에서는 유서도 발견됐다. 김 대표의 자살은 씨모텍이 지난 24일 담당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통보를 받은 지 이틀 만의 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주말 별세 소식을 전달받았지만 사망 경위나 동기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무리한 기업 인수 · 합병(M&A)과 사업 확장이 결국 김 대표를 자살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씨모텍은 노트북으로 무선인터텟을 사용할 때 쓰이는 데이터모뎀을 제조하는 업체다. 주력제품은 듀얼밴드듀얼모드(DBDM)로 기존의 이동통신망인 3G 4G 와이브로를 동시에 지원하는 모뎀이다. 최근에는 차세대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기반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기도 했다.

씨모텍은 그 동안 외환파생상품(키코) 손실로 어려움을 겪어오다 지난해 9월 말 상품계약이 종료됐다. 이후 회사측은 LTE 연구개발 등에 집중해왔다. 특히 올 1월 LTE 관련 제품개발 등 연구개발 투자 목적으로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동부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주관사로 참여한 유상증자는 실권주와 잔액인수 없이 100% 주주와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 이후 2개월만에 씨모텍이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퇴출위기에 몰리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전기차, 줄기세포...무리한 사업확장이 화근?

김 대표가 증권가에 이름을 알린 것은 2009년 7월이다. 기업 M&A를 전문으로 내건 나무이쿼티를 창업하면서부터다. 나무이쿼티는 4개월 만에 ‘T로그인’ 등 무선모뎀을 국내 최초로 상용화한 씨모텍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경영권 인수대금 300억원을 차입(50억원)과 증자(250억원)로 조달한 사실상의 무자본 M&A였다.

이후 김 대표는 사업을 계속 확장했다. 씨모텍은 지난해 3월엔 전기차 사업 참여를 선언했다. 나무이쿼티는 지난해 7월 줄기세포 등 바이오사업을 영위하던 제이콤을 인수했다. 8월에는 씨모텍을 통해 제4이동통신 참여를 선언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제이콤을 통해 저축은행 인수까지 추진했지만 법적 요건 미비로 무산됐다. 


신사업을 추진하며 나무이쿼티는 계속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했다. 제이콤 인수에는 최소 230억원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씨모텍은 올 1월 연구ㆍ개발을 명분으로 287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 모씨가 나무이쿼티 대표이사와 씨모텍 이사 등을 역임해 씨모텍은 ‘MB 테마주’로까지 분류됐다. 전씨는 지난해 7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가 모두 실패하며 씨모텍 주가는 1년여 만에 2015원까지 떨어져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씨모텍의 앞날은?

증권가에서는 김 대표가 사업을 확장하며 회사 자금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견 거절을 낸 신영회계법인은 ‘회사의 투자 및 자금 관리 취약’으로 ‘자금거래의 실질’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횡령 발생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의 자살은 나무이쿼티 계열 상장사인 씨모텍과 제이콤의 앞날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처음 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내놨을 당시 씨모텍 측은 “횡령 사실이 있더라도 상장 유지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306억원의 매출을 올린데다 44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흑자로 전환한 상태였기때문이다.

한때 17.36%에 이르렀던 나무이쿼티의 씨모텍 지분은 6.42%로 쪼그라들었다. 나머지는 모두 소액주주들 몫으로 상장폐지될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제이콤 주가도 씨모텍이 의견 거절을 받은 24일 이후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올해 코스닥 퇴출 쓰나미?

더 큰 문제는 올해 30개 안팎의 상장사가 퇴출된 것이란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본잠식이나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12월 결산법인은 코스피증시에서 5개, 코스닥증시에서 17개 등 모두 22개다.

감보고서 제출 시한인 23일 이후에도 여전히 감사 보고서를 내지 못한 상장사는 코스피 상장사 4곳, 코스닥 상장가 12개 등 16개사다. 제때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한 기업의 상당수가 상장 폐지됐던 사례를 감안하면 올해 30개 안팎의 상장사가 퇴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네오세미테크 등 39개사가 무더기 퇴출됐고 2009년 40개사, 2008년 16개사가 회계감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감사의견은 적정ㆍ한정ㆍ부적정ㆍ의견거절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 ‘부적정’ 판정은 상장 폐지 사유가 되고, 해당 기업이 7일 이내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된다. 올들어 현재까지 코스피 상장사 2곳, 코스닥상장사 14곳이 의견 거절 통보를 받았다.

2009년 이후 회계감사로 상장폐지가 늘어난 건 2009년 초 상장폐지 실질심사가 도입되면서 회계감사가 엄격해진 결과라는 관측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자본잠식이 많아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실질심사는 감사보고서 미제출과 부도, 자본잠식 등 기존 상장폐지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분식회계나 횡령, 배임 등 상장사로 부적격한 이유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상장폐지시킬 수 있는 제도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실적 부진이 심각하진 않으면 ‘적정’ 의견을 쉽게 받았지만 2009년부터 회계감사에서 ‘합격’되도 실질심사에서 걸릴 수 있게 되자 회계법인의 감사가 전보다 엄격해진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감사의견 ‘거절’로 상폐된 기업은 2009년 13개에서 지난해 19개로 늘었다. 결국, 올해 또 다시 ‘3월 퇴출 대란’이 발생하면서 결국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헤럴드 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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