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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악한 대중음악 공연장의 현주소
1992년 2월 17일, 올림픽공원의 체조경기장에서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의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이 한꺼번에 무대로 향하면서 1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허술한 공연장 안전 관리가 문제였지만, 언론들은 공연기획사와 함께 공연장에 모인 10대들을 함께 비난했다.
19년이 흐른 2011년 3월. 사고가 일어난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포함해 서울 시내에 몇 안 되는 공연장들은 1주일이 멀다 하고 열리는 내한 공연으로 분주하다. 일본 대지진 때문에 몇몇 공연이 연기되었지만 이달에만 15회가 넘는 내한 공연이 서울에서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아티스트들의 면면도 화려하지만 팝에서 록, 재즈까지 장르도 무척 다양한 편이다. 아이언 메이든, 안젤리크 키드조, 애줘 레이, 이글스 등이 첫 내한 공연을 가졌다. ‘뉴키즈’가 내한했던 19년 전은 말할 것도 없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내한 공연의 봄’이다.
하지만 이 많은 내한 공연이 열리는 장소는 20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2000석 규모의 악스-코리아를 제외하면 여전히 올림픽공원에 있는 체육관들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 그나마 올림픽공원 내 펜싱경기장과 올림픽홀이 공사에 들어가면서 3000~4000석 규모의 중형 공연조차 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체조경기장을 어렵사리 대관해야 하는 형편이다. 중대형 공연도 장소가 없지만 1000명 정도를 예상관객으로 잡는 소형 공연 역시 선택의 폭이 좁다. 도심에서는 마땅한 장소를 찾기도 힘들어서 대학가 강당이나 클럽을 빌리는 것이 최선이다.
이건 비단 내한 공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인구 1000만의 서울 시내에 스탠딩 공연이 가능한 대중음악 공연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나마 ‘잘 만들어진’ 공연장들은 고전음악이나 뮤지컬 같은 장기 공연에 올인하고 있는 상황이니 ‘적당한 공연장이 없어서 공연을 못한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대중문화 육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올림픽홀을 대중문화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하고, 240석 규모의 전용 공연장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조악한 사운드를 낼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구조로 악명을 떨쳤던 올림픽홀이 리모델링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접근이 어려운 시외에 소규모 공연장을 만드는 것은 떨어지는 접근성 때문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공연장들의 후속편에 다름 아니다. 공연 준비 비용은 뛰어오르는 물가와 ‘동반 성장’을 하고 있고 1회 공연 이상은 힘든, 여전히 좁은 국내 시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내한 공연의 티켓 가격은 점점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면서 여전히 도심 외곽에 있는 체육관에서 메아리치는 사운드를 들어야 하는 우리 팬들의 사정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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