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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양의서커스가 탄 ‘움직이는 마을’은
1982년 캐나다 퀘벡주 한 마을에서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거리공연을 펼쳤다. 죽마를 타고 저글링을 하고 불을 뿜어내는 묘기로 시작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묘기를 예술로 승화시켰다. 살아있는 음악과 정교한 세트, 창의적인 움직임과 놀라운 기술들은 서커스의 개념을 새롭게 각인시켰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창립자이자 제작감독인 질 생 크로와는 20명의 인원으로 1984년 창립 이후, 세계 5대륙의 200여 개 도시에서 8000만명의 관객들을 만나며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자체 기획하고 개발하며 한 프로그램당 15년의 공연이 끝나면 자체 폐기하는 프로그램들처럼 그들의 공연과 생활도 자급자족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마을’, 빅탑이다. 다음달 6일부터 막이 오르는 ‘바레카이’로, 그들은 노랑과 파랑의 회오리 문양으로 꾸며진 빅탑과 함께 3년 만에 한국에 내려 앉는다. 


▶빅탑이 태양의 서커스 ‘본질’인 이유
=태양의 서커스 단원들은 1000톤에 이르는 장비와 함께 전 세계를 이동한다. 세계 투어를 다니면서 도착한 나라의 공연장 대관 일정을 잡는 것이 아니라 부지만 확보한 채 자체적으로 무대와 머물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제작하고 설치하는 초대형 공연용 막사가 바로 ‘빅탑’이다.

빅탑과 함께 한 순회 공연도 올해로 벌써 27년 째. 물론 상설공연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빅탑이 아니라면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전용극장이 필요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네바다, 올란다와 플로리다, 그리고 도쿄와 마카오 극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공연은 빅탑과 함께 움직인다.

태양의 서커스 기술팀 관계자는 “태양의 서커스가 첫 출발한 1984년 이후 전 세계에 빅탑을 500번 이상 세웠다”며 “처음의 빅탑은 800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2500명에서 2600명 정도의 관객이 관람할 수 있는 규모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1984년 이래 13개의 빅탑을 사용해 왔으며, 그 중 7개는 아직도 사용 중”이라며 “지금까지 태양의서커스의 기반시설들은 아티스트들과 함께 10만km 이상의 거리를 비행기, 배, 기차, 트럭으로 여행해 왔다”고 덧붙였다. 


유랑집단인 서커스의 묘미를 살린다는 이미지 측면도 있지만 공연과 관련된 실질적인 이유에서 빅탑은 꼭 필요하다. 우선 기존의 극장들은 천장이 낮아 태양의 서커스가 소화하는 현란한 곡예를 보여주기가 어렵다. 빅탑은 높이 17m, 직경 50m의 규모에 이른다. 천정에 고리를 붙이고 로프를 이용한 묘기를 선보이고 무대의 좌우와 상하를 폭넓게 이용하는 만큼 이런 무대 활용도에 맞는 극장을 찾기는 어느나라에서든 쉽지 않다. 2500석 규모의 사방이 트인 원형 무대라는 조건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다양한 나라 출신의 아티스트와 스텝만 150여 명에 이른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이 생활할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 가며 공연을 하는 것이다. 태양의 서커스 측에서 빅탑은 ‘태양의서커스의 본질’이라고까지 말하는 이유다.

실제 이 ‘움직이는 마을’이라 불리는 거대한 천막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 빅탑은 주방공간, 학교, 창고와 사무실, 아티스트 텐트와 매표소 등으로 구성된다. 전용 자가발전기를 돌려 자체적으로 전기공급까지 가능하다. 현지에서는 물과 통신 수단만 공급받는다.


▶1000톤 넘는 장비와 함께 ‘움직이는 마을’
=빅탑의 가장 큰 골격이 되는 4개의 큰 기둥은 높이가 25m에 이른다. 4500m²의 부지에 단단히 천막을 지탱해줄 말뚝은 550개가 박힌다. 1000톤 이상의 장비는 65개가 넘는 트레일러나 컨테이너로 운반한다. 빅탑을 설치하는데만 8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공연이 끝나고 분해하고 해체해 정리하는 데만도 3일이 걸린다. 이런 규모의 ‘마을’을 세우는 것은 40명의 기술담당 인력과 함께 현지 보조 인력 100여 명의 도움을 받아야 가능한 작업이다.

태양의 서커스 기술팀 관계자는 “빅탑이 도시와 나라를 순회할 시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갖춰져야할 조건은 장소의 접근성과 가시성, 빅탑을 설치할 충분한 공간, 빅탑 외의 다른 시설들까지 들어설 수 있게 가능한 평평한 지대 같은 것들”이라고 말했다. 2007년 ‘퀴담’과 2008년 ‘알레그리아’에 이어 올해 ‘바레카이’까지 한국 공연에서 잠실종합운동장 내에 빅탑이 들어선 이유다. 


기둥과 말뚝들이 지탱하는 총 11개의 텐트 캔버스는 그 무게가 5217kg에 이른다. 1000개 이상의 1.5m 짜리 못이 빅탑 외 다른 텐트들을 고정시키고 500개 이상이 빅탑을 지탱하는데 필요하다.

이렇게 세워진 빅탑은 시속 100km 정도의 바람과 비와 눈까지 견뎌낼 정도로 충분히 탄탄하다. 자체 발전기를 통해 빅탑, 아티스틱 텐트와 타피루즈(VIP) 등의 공간은 실내 온도도 알맞게 유지한다.

다음달 ‘바레카이’ 공연을 앞두고 잠실운동장 내엔 빅탑을 세우기 위한 사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태양의 서커스 전통 방식에 따라 100개 이상의 철기둥에 프랑스 어로 ‘힘껏 당겨’라는 뜻을 가진 함성 ‘tirfor’을 외치며 8개의 밧줄들은 들어 올린다. 빅탑이 잠실종합운동장에 세워지는 상량식은 오는 25일 공개될 예정이다.

윤정현 기자/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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