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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년전 이라크 판박이 우려…카다피 ‘축출’로 선회?
리비아의 상황이 20년 전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상대로 한 걸프전 이후 상황과 비슷해 리비아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제2의 사담 후세인’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카다피 축출을 통한 정권교체에 직접 나서지 않고 ‘비행금지구역’만 운용하고 있는 상황이 당시 이라크 상황과 판박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후세인은 걸프전 이후 이라크전쟁 때까지 12년을 더 집권했다.

이런 가운데 관저 파괴로 행방이 묘연해졌던 카다피 원수가 드디어 22일(현지시간) 수도 트리폴리에서 국영 TV에 출연해 결사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연합군에 공중을 빼앗긴 카다피군은 탱크를 앞세워 미스라타와 진탄 등 서부지역에 대한 공격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록 다국적군이 4차례의 공습을 통해 카다피군의 대공방공망을 무력화했다며 작전을 성공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카다피 축출을 최종 목표로 할지에 대한 다국적군의 노선 결정을 서두룰 수밖에 없게 됐다.

▶리비아는 이라크 판박이=1991년 이라크에서는 북쪽의 쿠르드계와 남쪽의 시아파가 걸프전 이후 후세인 정권이 약화된 틈을 타 동시에 봉기를 일으켰다.

리비아에서는 카다피 정권 아래 억압받았던 동부 벵가지를 중심으로 한 부족이 반(反)정부 시위에 나섰고, 카다피는 후세인과 마찬가지로 무력진압에 나섰다. 이라크의 바그다드-쿠르드의 대립 구도가 현재 리비아의 트리폴리-벵가지 대치와 유사하다.

리비아 정부군이 공군력을 동원해 저항세력을 공격하는 양상도 이라크군 헬기가 쿠르드 반군을 목표물로 조직적인 공격을 가한 것과 닮았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카다피의 전략과 양측의 군사적 우열, 국제사회의 정세판단과 그에 따른 대응방식 등 리비아 시나리오가 1991년 이라크를 닮아가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런던퀸메리대학과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소속 이라크 전문가인 토비 도지 박사는 “당시 국제사회는 후세인이 축출될 것으로 보고 특별한 개입 없이 이라크를 고립시키기만 하면 나머지는 국민이 해낼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세인은 2003년까지 12년 동안 건재하며 서방의 오판을 비웃었다.

20년 전 이라크 북부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주도했던 미국ㆍ영국ㆍ프랑스는 이번에도 리비아 초기 공습을 주도했다.

▶지상군 투입 딜레마=그러나 2, 3차 공습에서 드러났듯이 카다피를 정조준하고 있는 듯한 다국적군의 공격이 노골화하고 있다. 다국적군은 크루즈미사일로 트리폴리 카다피 관저를 폭격했으며, 카다피의 고향과 부족 거주지도 공격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에는 명시돼 있지 않지만 2차 공격을 주도한 영국 정부 내에서 ‘카다피도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라크전 발발 때까지 12년 넘게 계속됐던 이라크 ‘북부’ 및 ‘남부’ 비행금지구역이 큰 효과를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연합군 공격의 최종 목표를 정권교체에 두느냐에 따라 리비아가 제2의 이라크가 되느냐 마느냐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초 보스니아 주둔 영국군 사령관을 지낸 밥 슈트어트 대령은 “결국 전투기나 헬리콥터를 내릴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지상군 투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유엔의 이번 결의안 가결 내용에 포함돼 있지 않으며, 오히려 지상군 투입을 통한 지배는 금지돼 있다. 이미 이번 결의안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서방의 주요국인 독일조차 기권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유엔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이 리비아 지상군 투입과 카다피 처형에 나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대세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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