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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희 경영복귀 1년, 하지만 이제부터…


’숨가쁘게 달려왔다. 때마다 과녁 정중앙에 촌철살인의 경영 화두를 작렬시켰다.’

24일로 경영복귀 1년을 맞이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컴백 후 “역시 재계 아이콘”이라는 소리를 들은 ‘이건희 1년’에 대한 평범하면서도 적확한 평가다.

지난해 3월24일 특유의 ‘위기론’을 들고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뛰고 또 뛰었다. 본인과 삼성 연마에도 게으르지 않았다. 위기론을 시작으로 젊은조직론→선점론→창의ㆍ혁신론→젊은조직론→긴장론→1등론 등 폭발적으로 쏟아낸 경영화두가 이를 대변한다.

삼성이 현재 1등일지라도 영원히 1등일 수 없다는 경계심이 배경이다. 글로벌경제위기 이후 나날이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에서 변하고 또 변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절박감은 삼성에 꾸준히 긴장과 위기의식을 심어주면서 삼성내부의 단단한 DNA를 형성케 했다는 평가다. 1등의 분발에 자극을 받으면서 업계 전체에 창조ㆍ혁신경영 바람이 분 것도 이 회장의 화두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 컴백 후 1년은 비교적 성공적이다. 자만과 오만이 낄틈없이 냉철한 전진 나사로 꽉 조여진 삼성 내부 분위기는 둘째치고라도 대규모 신사업 투자(23조원), 반도체ㆍLCD 투자(26조원) 발표와 맞물린 공경경영 의지를 바탕으로 2010년 매출 150조원 시대를 연 것은 ‘오너의 귀환’과 연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 1년의 성적표가 올해, 앞으로 10년 이후에도 유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도 중동ㆍ북아프리카 시장 불안, 일본 대지진 등 여파에 따른 글로벌시장의 불투명성이 더 강한 삼성의 체력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과의 ‘스마트혁명’ 기세 싸움에서 비교 우위를 점하는 것도 과제다. 애플은 아이패드2를 출시하면서 또 다시 한발 앞서나갔다. 최소한 창의성 관점에서는 애플에 다소 밀린다는 세간의 평가를 불식하고 글로벌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려는 힘든 여정은 운명이다.

삼성의 후계경영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세 자녀를 승진시킨 것은 경영권 승계나 후계경영 안착 시도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이 회장에게 큰 숙제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칠순 넘은 이 회장이 바라는 게 뭐 있겠는가”라며 “1등 삼성 유지와 자식들이 화목하게 사는 것, 이 두가지가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오는 7월 판가름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여부는 이 회장에게 당면한 과제다. 경영복귀 이후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매달려왔고, 막판까지 더 뛰겠는 게 이 회장 입장이지만 유치 실패땐 2009년말 단독 특별사면의 명분이 다소 희석될 수 있다.

이 회장은 당분간 침묵을 유지한 뒤 이달말부터 다시 평창유치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익공유제, 정부정책 평가 발언 후 자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평창 임무’ 완수에만 매달리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이 회장 복귀 1년에 애써 의미를 축소하면서 조용히 지나가기로 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이 회장이 침묵모드로 들어간다고 해서 업계 영향력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환경 위기 속에서도 힘차게, 때론 치열하게 움직일 삼성 경영의 동력의 근원은 결국 이 회장 의중이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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