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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안 많은 재계 입다물었다, 왜?
기업들에게 이번 주는 매우 의미있는 한 주다. 일단 줄줄이 창립기념일이다. 22일은 삼성물산의 창립 73주년이다. 23일은 현대중공업, 25일은 현대상선의 생일이고 27일은 LG그룹, 31일은 GS그룹의 창립기념일이다.

특히 24일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복귀 1년째 되는 날이다. 앞서 21일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기업가 정신을 우뚝세웠다는 평가를 받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10주기였다.

기업들이 허례허식을 자제하는 게 생리긴 하지만, 직원들 사기와 재충전을 위해 떠들석하게 세리머니를 할 법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너무 조용하다. 창립기념일을 맞이하는 기업들은 한결같이 특별한 행사 없이 차분하게 보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단은 리비아 사태 등을 둘러싼 중동과 북아프리카 시장, 특히 일본 대지진 여파에 따른 ‘복합 변수’가 기업 경영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자체 행사를 요란하게 치를 여유도, 그 의미도 없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최근 기업환경은 사방에 가시가 뻗쳐 있는 모양”이라며 “잘못 몸을 움직이면 가시에 찔릴 수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조심, 또 조심하는 상황을 대변하는 말이다.

최근 기업들이 환율 경영시나리오와 함께 일본 등지로부터 들여오는 부품소재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는 등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에 돌입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세계 반도체나 LCD 시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선업체들은 후판 가격 동향, 정유업체들은 세계 유가 흐름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새해 초부터 신성장동력을 찾겠다고 부지런히 움직였는데 일본 지진 등 메가톤급 이슈가 터지다 보니 복합 변수로 인해 정중동에 빠져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재계의 아이콘인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익공유제, 정부정책 평가 발언과 관련한 한바탕 소동도 업계의 차분한 분위기와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삼성은 이 회장 경영복귀와 관련한 별도 행사를 치르지 않고 차분하게 보내기로 했다.

이러다 보니 짧게는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정부 내 갈등 여파, 길게는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정치학적 구도와 맞물려 튀는 경영행보는 자제해야겠다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들은 당분간 외부 경영 불안요인을 다독이면서 돌다리를 두드리는 신중한 계절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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