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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자연 사건 재수사 안한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6일 오후 공식 브리핑을 통해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의 편지는 수감자인 전모씨가 지어낸 것이고, 편지가 장씨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재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2시 김갑식 경기청 형사과장은 “일명 고(故) 장자연 편지는 고인과 관계없는 전모씨의 위작”이라고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필적 감식에서도 편지는 장씨의 필적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분당경찰서의 조사 결과 장씨의 편지는 전씨가 2009년 장씨 사망 당시 언론에 공개된 문서 글씨 등을 보고 고인의 필적을 흉내내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전씨가 편지를 보낼 때 습관적으로 봉투에 낙서를 하는데, 장씨가 보내왔다는 편지 봉투에도 이와 같은 낙서가 있고, 전씨의 처가 보냈다는 편지 등에도 비슷한 방식의 낙서가 중복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거짓’을 ‘거짖’으로, ‘물론’을 ‘문론’으로, ‘대가’를 ‘댇가’로 잘못 표기하는 방식이 전씨가 주장하는 장씨 편지와 전씨의 편지, 전씨의 처가 보냈다는 편지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경찰이 압수한 물품 중에는 날짜가 다른 50개의 우체국 소인과 우표, 교도소 내 방실번호 부분만을 따로 모아 복사한 A4용지가 2매있었고, 복사된 소인 33개를 그대로 사용한 우편봉투 사본과 우표와 소인 부분의 테두리를 굵은 사인펜 등으로 칠해 복사한 것으로 보이는 봉투 사본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전씨가 이를 조합해 새로운 형태의 편지봉투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씨 주변에 대한 경찰 조사 결과 2009년 6월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전씨가 면회온 지인에게 얘기한 내용 중에 “자연이 편지 온 거 사실 퍼온건데”라고 말한 부분도 있었다. 함께 수감 생활 중인 이들에 따르면 전씨는 ‘악마의 피’라는 제목으로 시나리오를 쓸 정도로 글 솜씨가 있고, 흘림체나 정자체, 여자 글씨 등 다양한 필체로 글을 쓰기도 했다.

편지 내용 중에도 장씨가 출연한 영화 ‘정승필 실종사건’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이 영화의 제목은 원래 ‘그들이 온다’에서 장씨가 사망한 이후인 2009년 6월 ‘정승필 실종사건’으로 변경된 것이었다. 또 전씨가 2008년 10월 12일 작성했던 진정서 중 ‘장씨가 해외 접대골프를 가지 않아 차량을 빼앗겼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2009년 2월에 발생한 일로 밝혀졌다.

전씨는 장씨가 고교생일 때부터 알고 지냈고, ‘설화’라는 필명으로 장씨의 편지를 수십통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2003년부터 현재까지 전씨의 면회접견부에는 장씨나 ‘장설화’라는 이름으로 면회를 온 사람이 없었고, 우편물 수불대장에도 2003년부터 2009년 전까지 전씨에게 온 우편물 2400여건 중에서도 고인이나 ‘장설화’라는 이름으로 오고 간 우편물이 없었다. 장씨의 유족들이나 지인들도 전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설명했고, 전씨와 함께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배모씨도 “장씨의 사망 이후에서야 전씨로부터 장씨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전씨는 2006년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수십차례에 걸쳐 관계망상의증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또 평소 주변 재소자들에게 “출소하면 연예기획사를 차려 장씨를 메인 연기자로 스카우트 하겠다”, “장씨의 죽음을 복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고, 하루에 5~6통의 편지를 작성하기도 했다. 전씨와 면담한 경찰청 프로파일러는 전씨에 대해 “과거 범행에 대한 조사와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유명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친하고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믿는 과대망상 증상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여러 인물을 혼합해 서술하고 무분별하게 과시어를 사용하며, 사고 과정의 장애를 보이는 등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도현정 기자 @boounglove>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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