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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금융, 글로벌시대 연다>印度선 소매금융 힘들지만…10년 내다보고 ‘소걸음’으로
〈2〉아시아 현지에선 지금 ⑤ 인도
신한 이어 우리銀도 곧 지점 오픈

포스코·현대차 등 국내기업 금융지원

현지 브랜드 인지도 제고 주력

중앙은행 과도한 규제 불구

‘포스트 차이나’주춧돌 쌓기 분주




[뉴델리=박정민 기자] 지난해 말쑥하게 새 단장을 한 인도 델리 공항. 그곳에서 우리 대기업의 로고를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저기 놓인 TV도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다. 델리 거리 곳곳에는 현대자동차가 달린다. 한눈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낙후된 금융시스템과 국민의 낮은 금융인식, 글로벌 금융회사의 시장 선점 등으로 국내 은행의 신규 진출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CEPA로 한층 가까워진 인도=12억 인구와 풍부한 자원의 인도는 ‘IT로 무장한 채 달리는 코끼리’에 비유되곤 한다. 경제성장률 10%대를 구가하다 금융위기를 맞았음에도 올해 7%의 고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46%에 이른다. 세계 주요 기업체는 포스트 차이나의 대안으로 인도를 지목한다. 

인도는 우리에게도 점차 가까운 나라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1일부터 발효된 한ㆍ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양국 무역 교류를 더욱 늘리게 할 것이 분명하다.


▶텃세 심한 인도 금융산업=온통 장밋빛인 제조업과 달리 금융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시장 진입도 까다롭고 환경도 열악하다. 인도는 국가가 운영하거나 소유한 은행이 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국영 SBI(State Bank India)그룹 소속의 7개 은행이 인도 전체 예금의 20% 이상을 점유할 정도다. 은행은 철저한 국가의 정책적 도구인 셈이다. 나머지 기타 상업은행 및 외국계 은행 중 외국계 은행의 예대규모는 5% 내외에 불과하다. 

그나마 일찍이 기반을 잡은 글로벌 금융회사만이 정상적인 영업을 한다. 식민지 영향을 받은 탓에 스탠다드차타드(SC)를 비롯해 HSBC, 씨티, ABN암로 등의 지점 간판은 델리 시내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기업 부문을 비롯해 소매 및 카드영업까지 다양한 상업적 서비스를 펼치는 한편 금융자회사를 통한 보험, 증권, 자산운용업도 활발하다. 진출 역사가 길어 이 같은 영업이 가능하다. 

인도는 경제성장률 10%대를 구가하다 금융위기를 맞았음에도 올해 7%의 고성장을 유지할 전망이다.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46%에 이른다. 세계 주요 기업체는 포스트 차
이나의 대안으로 인도를 지목한다.

SC의 경우 진출 역사가 무려 150년이 넘는다. 지점도 91개에 이른다. HSBC와 씨티은행도 각각 40개 이상의 지점을 꾸려 영업 중이다. 현지 교민인 손선경 씨는“ 인도인은 물론 외국인도 접근성이 좋은 인도은행이나 SC와 같은 영국계 은행을 이용한다”며“ 나머지 은행이 소매 영업을 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국내 은행, 기업금융 발판으로 인도 공략=이런 시장환경 속에서도 국내 은행은 대기업 금융지원을 목표로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은행 중 유일하게 인도에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 오픈한 타밀나두 주의 벨로르 지점은 현대자동차 및 협력업체 등 136개의 한국 기업이 밀집한 곳이다. 장무현 신한은행 뉴델리 부지점장은“ 기본적으로 국내 대기업과 협력업체에 대한 기업금융을 목적으로 벨로르 지점까지 문을 열었다”며“ 향후 선별적으로 우량 다국적 기업 및 인도 기업과도 거래를 열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뉴델리에 2007년부터 사무소를 운영 중이며, 조만간 남부 첸나이 지역에 지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해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이 직접
다녀갈 만큼 신경쓰는 곳이다. 이 지역 역시 현대자동차 및 그 협력업체, 삼성전자 등이 공장을 설립해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곳이어서 향후 기업금융 수요 폭증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이 아직 진출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영업이 활발히 진행될 전망이다. 인도 진출 한국 기업은 앞으로도 금융수요를 대거 창출하게 된다. 

이미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는 인도 시장점유율 수위권이고 인도 정부 주도의 인프라 사업에 한국 건설업체가 다수 진출해 있다. 포스코 역시 오릿샤 지역에 일관제철소 설립을 추진, 향후 10년 동안 12조원을 투자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어 금융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기업금융으로 수익기반을 확보한 이후 현지 소매영업을 시작한다는 전략이다. 인구의 5%에 달한다는 고액 자산가는 이미 글로벌 은행에 선점됐고 일반시민은 은행 거래 자체가 전무할 정도록 소득 수준이 낮다. 처음부터 현지화를 목표로 소매영업을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게 사실이다.


▶외국계 은행엔 너무 높은 진입 문턱=그럼에도 최종 목표인 현지 소매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난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인도 역시 외국계 은행에 대한 중앙은행(Reserve Bank of India)의 통제가 매우 엄격하다. 인도의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수립은 물론 금융회사 규제권한까지 지닌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이다. 자국 금융시장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인도에 진출했던 선진은행이 자산감축이나 리스크 관리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09년 예정됐던 개방 로드맵 발표를 보류할 정도다. 

특히 몇 가지 규제 항목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숙제다. 현지 진출의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역 은행을 인수하는 것이지만 인도에선 지분투자를 하더라도 경영권은 최고 10% 이내로 제한돼 있다. 실질적인 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또 지점 설치에도 2500만달러 자본금을 예치해야 한다. 본점이나 마찬가지다. 예대업무와 관련해 예치된 예금의 25%는 의무적으로 인도 국채를 매입해야 하며 대출은 우선 지원 분야가 많다. 

총대출의 32%를 농업과 같은 취약 부문에 대출해야 한다는 식이다. 부실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도시 내 지점 설치 제한 등 여러 제약조건이 국내 금융회사의 인도 내 영업을 얽매고 있어 본격적인 인도 시장의 소매영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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