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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 소극적 태도 론스타 문제 키웠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절차가 꼬이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결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16일 있을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정 문제와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승인 안건을 상정할 지 여부를 14일까지도 결정짓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유보된 상태에서 대법원 판결까지 더해져 하나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문제가 복잡해졌다”면서 “15일 하루 더 고민한 뒤 안건 상정 여부를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적격성 심사를 미리 처리했다면 대법원의 판결이 하나지주 인수에 주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해야 할일을 미루다가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적격성 심사의 관건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냐 금융자본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다.

일단 현 시점에서 금융당국이 론스타를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으로 판정할 경우 하나지주는 불필요하게 높은 가격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모양새가 된다.

만일 론스타를 산업자본으로 결론내렸다면 가격 협상에서 하나지주가 우위에 있을 수도 있었다. 론스타는 은행지분을 매각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사가 미뤄지며 론스타는 제 값을 다 받고 곧 있을 마지막 배당에 대한 부족분까지 하나지주로부터 받아나가게 됐다. 금융당국이 앞장서서 론스타를 도와준 꼴이 되는 셈이다.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이 법원에 계류 중이었다해도 이는 지난해 10월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과 같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만큼 직접적인 사안이 되지 못한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덜했다.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금융당국이 적격성 심사를 진행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금융당국은 게다가 적격성 심사를 미루다가 법적으로 론스타의 대주주 자격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시장에 알리지도 못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뿐만 아니라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도 연루돼 대주주로서 입지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인만큼 외환은행이라는 매물에 대한 법적 불안정성을 시장에 알릴 의무가 있었다.

사실 적격성 심사를 미뤄온 이유도 깔끔하지 않다. 론스타 측이 벨기에의 특수관계인 투자 현황에 대한 세부자료를 내놓지 않는다는게 금융당국의 심사 지연 이유였다. 론스타가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당국은 이미 제출된 자료만으로 심사를 진행시켰어야 했다. 은행법 시행령에선 대주주의 동일인 범위를 설정할때 자료제출이 미흡할 경우 은행에서 제시한 자료만으로 금융당국이 정할 수 있도록했다. 결국 당국이 적극적인 감독 의지만 있었으면 론스타의 자료제출을 충분히 압박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를 더욱 키운 셈이다. 특히 2007년 이후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제때 마무리짓지 못하고 책임자들이 모두 바뀌고 새로운 책임자가 이를 맡아 처리해야하는 상황이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젠 노동계 및 시민단체들의 비난까지 감수하면서 판단을 내려야한다. 여론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또다시 금융당국이 지난 2008년 HSB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인수를 추진하던 당시처럼 하나지주의 인수 승인을 고법 최종 확정판결까지 미루기도 어렵다. 매각지연에 따른 하나지주의 피해는 물론 여론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내 관계자는 “여론의 부담이 크더라도 이번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더 윗선의 정치적 판단까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boh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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