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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훈풍 ‘수도권 빙벽’에 막히다
부산發 분양시장 열기 북상중이라는데…
건설사 최근 3년 중대형 물량폭탄

수도권 미분양 9000가구 적체

중소형만 근근이 거래…


하청업체 부도·금융권 부실

‘악성 미분양’ 연쇄부작용

금리까지 올라 회복 불투명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부산 등 남녘에서 불고 있는 부동산시장 온기가 봄바람을 타고 대구ㆍ광주ㆍ대전 등지로 점차 북상하고 있지만, 수도권 신규 분양시장은 아직도 긴긴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용인과 일산 등 수도권에는 아파트 건설 공사가 끝나 입주가 시작됐지만 집주인을 찾지 못한 ‘빈 집’이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다.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고,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기 위해  지난 2007~2008년 ‘밀어내기식’으로 한꺼번에 쏟아낸 분양 물량이 ‘준공후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물량은 적지만,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이 주변 시세의 절반 수준에 공급되면서 ‘저렴한 분양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것도 수도권의 ‘준공후 미분양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훈풍이 북상하고 있지만, 용인과 일산 등 수도권 대단지는 준공까지 끝낸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쌓여 경기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고양시 덕이지구는 불꺼진 아파트가 수두룩하다. 안훈기자 rosedale@
11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1월 말 현재 경기도 내 ‘준공후 미분양 주택’은 8175가구로 전월 대비 10.4% 증가했다. 1년여 전인 지난 2009년 12월(2246가구)에 비해서는 4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8년 8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집값이 완전히 회복한 서울의 경우도 1월 말 현재 준공후 미분양은 843채로, 전월 대비 4.2%, 1년 전에 비해 97.4% 늘었다. 인천도 입주가 시작됐지만 집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가 1년 전에 비해 151% 늘었다.

전국의 1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8만4923가구로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는 분위기와는 정반대다. 서울과 용인ㆍ고양ㆍ인천 등 수도권 시장은 봄바람은커녕 썰렁한 냉기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전세난의 여파로 중소형 아파트의 경우 그나마 빈 집이 줄고 있지만, 준공후 미분양은 시장에서 외면받는 중대형 평형에 집중돼 있어 유령도시는 당분간 확산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준공후 미분양이 가장 많이 쌓여 있는 용인의 경우도 전용 85㎡ 초과 중대형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09년 말 644가구에 불과했던 용인 준공후 미분양 물량은 작년 8월 2031가구, 지난 1월 3186가구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중대형 아파트다. 입주가 시작된 고양시의 덕이지구 식사지구에서도 집주인을 찾지 못한 아파트 1254채 중 97%인 1219채는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준공후 미분양을 털어내려고 최대 15%까지 가격 할인에 돌입했지만, ‘유행’이 한참 지난 중대형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더군다나 올 들어 두 차례 기준금리 인상(연 3%)으로 연 6% 대 후반까지 치솟은 시중 대출금리도, 실낱같은 주택 매수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형국이다.

이른바 악성물량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잔금을 회수하지 못한 건설사들의 자금난도 한층 심화되고 있다. 공사대금 회수 지연→건설사 자금난 가중→하청업체 부도→금융권 부실 등의 연쇄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 4차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수도권의 준공후 미분양 대란은 최소 2년 정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병풍처럼 수도권을 감싸고 있는 미분양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정렬 영산대 교수(부동산학과)는 “파격적인 할인혜택과 동시에 단기적으로는 전세 임대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주남  기자 @nk3507> nam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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