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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콧대높은(?) 발레…대중에 다가오다
“한국에 발레를 하는 남자가 있나요.” 영국 제작사인 워킹타이틀 관계자는 빌리 엘리어트 라이선스 판권을 따내기 위해 찾아온 문미호 매지스텔라 대표에게 물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영국과 미국, 호주 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서 공연됐다. ‘한국 발레리노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표했던 ‘빌리 엘리어트’ 영국 제작진은 한국에서 선발된 ‘빌리’들의 실력을 보고 깜짝 놀랐다. 4명의 빌리 중 김세용은 7세에 발레를 시작해 2009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발레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임선우는 지난해에 같은 성적을 거뒀다.

지난달 27일 마무리된 6개월여간의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성공에서 발레 유망주들의 실력을 확인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 국립발레단 ‘지젤’의 전석매진은 보다 가까이 다가온 발레의 인기를 체감케 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다음달 대만에서 ‘심청’을 공연하는 데 이어 싱가포르와 샌프란시스코, 밴쿠버, 오만 등 빡빡한 해외 공연 일정을 잡아놓았다. 장르를 넘어선 발레의 활용이 발레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는 관객층을 넓히고 있다. 이는 해외 공연 활성화에 발레 배우기로까지 이어지며 대중에 다가선 발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발레단들이 국내에서는 대중화, 국외에서는 한국 발레 알리기에 나선 가운데 대중매체를 통해 다각도로 노출되는 발레의 모습은 한층 더 친근감을 더한다.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블랙스완’이 발레리나의 삶을 극단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발레리NO’는 발레리노를 희화화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발레라는 예술 장르를 보다 가까이 가져오는 데 기여한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표적인 발레단들이 국내에서는 대중화, 국외에서는 한국 발레 알리기에 나선 가운데 대중매체를 통해 다각도로 노출되는 발레의 모습은 한층 더 친근감을 더한다.

지난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서우가 토슈즈를 신었고 일일드라마 ‘황금물고기’에서 조윤희도 발레를 전공했다.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형제들’은 발레리노 되기 미션을 통해 발레리노 이원국으로부터 발레 레슨을 받았고 한국인 최초의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솔리스트 서희는 롯데백화점 모델로 활약 중이다. 여기에 영원한 국민 여동생 김연아는 21~27일 일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지젤’ 음악에 맞춘 안무를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근래 발레의 인기, 그 기반엔 한국 발레 무용수들의 기량 향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유학파들의 세계적인 발레단 입단뿐 아니라 이어지는 국제 콩쿠르에서의 입상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타고나야 한다는 신체조건에 있어서도 유럽 무용수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서구화된 체형으로 팔, 다리가 길고 끈질긴 훈련을 통해 발레에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체력도 보강했기 때문이다.

국립발레단의 ‘지젤’

실제 국내 발레단의 해외 공연에서도 이 같은 조건을 바탕으로 찬사가 이어졌다.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잇따라 공연을 한 국립발레단은 찬사를 받았고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창작발레 ‘심청’으로 일본 투어를 하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했다.

국내에서는 해설이 있는 발레와 무료 공연, 지방으로 찾아가는 공연 등을 기획해 대중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25일부터 막이 오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에서는 공연 전 문훈숙 단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10분간 작품을 설명하고 공연 중엔 실시간 자막 서비스도 선보인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객석 4층 좌석을 5000원, 1만원 등으로 저렴하게 판매해 보다 많은 이들이 발레와 접할 수 있는 기회도 높였다.

‘지젤’ 안무 지도를 위해 방한한 파트리스 바르 프랑스파리오페라발레단 상임안무가는 “발레를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한 무용수들이 이렇게 발전된 기량을 갖고 있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렇게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이라면 이제 문화와 예술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렵게 일군 한국 발레의 성과에도 “발레를 보다 적극적으로 육성하면 훌륭한 문화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그의 조언이 새겨지는 이유다.

윤정현 기자/ h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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