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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분토론’ 남하당 대표의 '심각한' 범죄행위 [이정현변호사의 TV꼬리잡기]
KBS 주말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두분토론’은 근래 보기 드문, 질적으로 우수한 개그코너입니다. 처음 이 코너가 신설될 당시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회를 거듭하며 현재 최고의 코너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개그 코너를 통하여 웃음과 풍자를 동시에 담아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언론의 자유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고 그러한 토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코미디언, 개그맨들 스스로 그러한 주제에 대하여 다가서려고 하는 의욕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고, 관심을 멀리하다보니 능력까지 퇴화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러면서 사실상 유일한 시사풍자 코미디(쉽게 말하면 강자를 ‘까는’ 코미디)는 고인이 되신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요즈음의 학생세대에겐 생소하겠네요)이었습니다.

당시 지금보다 훨씬 민주화가 덜 이루어진 1980년대 중반으로 기억되네요.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 재벌의 부조리를 시원하게 비판하던, 지금 생각하면 방영 자체가 기적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던 코미디의 명작입니다. 필자의 주관적 의견이긴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어떠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도 ‘회장님..’만큼 웃음과 풍자를 통렬하게 함께 담아내지는 못했습니다. 그저 간혹 정치인에 대한 성대모사로 정치행태보다는 정치인의 목소리를 풍자한 코미디가 몇 작품 있었을 뿐입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심야시간대로 이동하고 있는 요즘 현실에서 ‘두분토론’은 혜성처럼 나타난 명작입니다. 그 내용은 크게 보면 두 가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들을 그토록 괴롭혔고 여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여성에 대한 열악한 현실. 즉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그 하나입니다. 남하당 대표 박영진의 고약한 여성비하 발언을 들으면서, 남녀 시청자는 웃음을 빵빵 터뜨립니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우리의 누나,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여동생, 우리의 아내들이 당했던 비인간적 대우를 떠올리며 가슴 한켠이 먹먹해질 때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박영진 대표의 터무니없는 ‘나 때’의 며느리, 아내의 모습이 일부는 실제 모습이었다는 점이지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현재도 이혼소송을 다루면서 비슷한 예를 접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는 여전히 현실이라는 얘기지요.

굳이 법률적으로 보면, 남하당 대표 박영진이 말하는 ‘나 때는....’의 ‘나’와 그 시어머니, 시아버지는 아내와 며느리에 대한 심히 중대하고도 부당한 대우를 하여 이혼사유를 제공하였음은 물론이고 손해배상으로 상당히 큰 금액을 물어내야 할 사람들입니다. 폭행, 강요, 모욕 등의 범죄행위에도 해당됨은 말할 것도 없겠구요.

‘두분토론’에서 보여주고 있는 또 하나는 ‘몰락한 현대 남성’입니다. 대등한 상대방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그 약했던 여자들이 마침내 남자들을 제치고 여성상위 시대를 열어냈습니다. 아주 단적인 예로 법조계는 이미 여성이 과반수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자들의 초라한 현실을 남하당 대표 박영진은 억지와 허세로서 크게 웃겨줍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공감과 씁쓸함이 배여 있기도 함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때마침 능력 있는 이혼녀가 총각과 결혼하는 재혼커플의 비율이 날로 증대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네요. 남자들의 허세도 이제 슬슬 바닥을 보이고 있네요.

‘두분토론’은 반복되는 포맷인데도 불구하고 웃음의 양과 질이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워낙 주제 선정을 잘한 점도 있지만 ‘여성에 대한 부당한 차별’의 역사가 몇날 몇일을 이야기해도 다하지 못할 정도로 풍부한 양과 질을 자랑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들이 사라져서 헌법에서 굳이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를 규정하지 않아도 될 날을 기대해 봅니다. 그 때가 되면 ‘두분토론’도 서서히 막을 내려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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